전남 고흥군 도양읍의 폐교 운동장에 자리 잡은 벤처기업 바이올시스템즈의 해조류바이오에탄올연구센터. 들어서자마자 맥주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대한 발효 탱크와 복잡하게 연결된 파이프가 눈에 들어왔다. 파이프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대형 탱크의 밸브를 여니 알코올 냄새가 나는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바로 청정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바이오에탄올이다.

고흥 공장에서 쓰는 원료는 홍조류(紅藻類) '꼬시래기'. '바다 국수'로 불리며 횟집의 밑반찬으로 인기가 높은 해조류다. 김인식 대표는 "식물을 발효해 만든 바이오에탄올은 이미 자동차 연료로 쓰이고 있지만, 해조류에서 바이오에탄올을 만드는 공장은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바이오에탄올은 옥수수나 사탕수수 같은 탄수화물이 많은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가솔린 혼합유나 대체유로 쓰인다.

곡물가 상승, 생태계 파괴 없어

지난 6월 준공한 고흥 바이오에탄올 공장에는 정부 연구개발비와 민간투자를 합해 104억원이 투입됐다. 원천기술은 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했다. 생산단가는 옥수수와 사탕수수 바이오에탄올의 중간 수준. 하지만 기존 바이오에탄올과 달리 식량 파동과 환경 파괴 우려가 없다. 대량생산 문제만 해결되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오에탄올 생산량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20.4% 늘었다. 하지만 덩달아 옥수수 수요가 늘어 세계적인 곡물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사탕수수 경작지를 늘리기 위해 아마존 밀림을 없애 환경 파괴 논란도 일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연료다.

전남 고흥의 해조류 바이오에탄올 생산공장에서 바이올시스템즈 김인식(왼쪽) 대표가 바이오에탄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른쪽 직원이 들고 있는 것이 원료인 바다생물 해조류다.

미국, 유럽 등에선 갈조류(褐藻類)인 켈프(kelp·요오드가 풍부한 다시마과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연료 생산이 시도됐다. 하지만 켈프의 탄수화물 함량은 50%에 그쳐 생산성이 낮았다. 반면 우리나라가 집중한 꼬시래기나 우뭇가사리 같은 홍조류는 탄수화물 함량이 70% 이상이다. 바이올시스템즈는 필리핀에서 생산성이 더 좋은 홍조류인 '스피노섬' 양식장도 확보했다. 스피노섬은 1년에 4모작이 가능하다.

"바이오에탄올 시장 잡아라"

김인식 대표는 "해조류 바이오 연료가 상용화되면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내세워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공정 원천기술로 플랜트 시장을 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IT업계의 퀄컴처럼 원천기술로 돈을 벌겠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원천기술이 당(糖)분해 공정이다. 해조류의 당분을 발효해 적당한 크기로 분해하기 위해서는 보통 탱크 밖에서 열을 가한다. 이 경우 탱크 내부에 해조류가 들러붙고 가열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는 문제가 있다. 고흥 공장의 탱크에는 밖에 아무런 가열장치가 없었다. 김 대표는 "커피 전문점에서 스팀으로 우유를 짧은 시간에 데우는 것처럼 용기 내부에 스팀을 넣어 연료가 들러붙지 않게 15분 만에 골고루 가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에탄올 플랜트 시장은 2010년 61조원 규모에서 2020년 25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회사는 이미 국내 엔지니어링 대기업과 함께 동남아시아 등 전통적인 해조류 양식 강국들에 바이오에탄올 플랜트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디젤 해양 생산도 한국 두각

바이오 연료에는 경유를 대신하는 바이오디젤도 있다. 보통 유채나 해바라기에 들어있는 식물성 지방으로 만든다. 이 역시 농지 문제가 있어 최근 클로렐라처럼 지방이 많은 바다생물인 미세조류(微細藻類)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국토해양부 해양바이오에너지생산기술개발연구단은 작년 12월 인천 영흥도 영흥화력발전소 앞바다에 세계 최초로 바이오디젤 생산용 미세조류 양식장을 세웠다. 지금까지 미세조류는 육지에서 양식했는데 비료나 물 공급 문제로 경제성이 떨어졌다. 이철균 연구단장(인하대 교수)은 "미세조류를 바다에서 키울 수 있는 반투과막 용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반투과막은 바닷물에 녹아있는 비료 성분을 용기 안으로 보낸다. 미세조류로 만든 바이오디젤 샘플은 석유품질관리원에서 품질을 인정받았다. 이 단장은 "2018년쯤 바이오디젤 상용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