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의 올 상반기 실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세계 조선업계가 유럽 재정위기로 극심한 수주 가뭄을 겪은 2010~2011년 상선(商船) 저가 수주에 뛰어든 조선소는 이익이 반 토막 난 반면, 해양 플랜트 등 고부가 설비 수주에 성공한 조선소는 비교적 양호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부진이 두드러진 곳은 현대중공업과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다.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에 자(子)회사 실적을 반영한 연결 회계 기준으로 매출 26조2339억원, 영업이익 666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 줄고, 영업이익은 50%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2.5%에 그쳤다.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빅3 조선소' 가운데 영업이익률 꼴찌였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의 실적 부진을 저가 수주의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불황기에 일감 확보를 위해 저가 수주한 물량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과 이익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저가 수주 물량의 인도가 끝나는 내년 하반기쯤 실적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도 상반기에 시장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1조8581억원)은 작년보다 15% 가까이 줄었고, 영업이익은 작년 669억원 흑자에서 70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저가 수주의 여파에다 건조 경험이 없던 해양작업지원선(PSV) 건조 과정에서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상반기에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며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7조3468억원)은 작년보다 5% 늘었지만, 영업이익(1940억원)은 31% 줄어들었다. 올 1분기에 해양 설치선 관련 부문에서 손실을 보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
삼성중공업은 상반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매출은 11% 늘어난 7조6861억원, 영업이익은 18% 증가한 7263억원을 기록했다. 전재천 대신증권연구원은 "저가 수주보다는 드릴십·LNG선(액화천연가스운반선) 등 고부가 설비와 선박 수주에 성공한 결과"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