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 세단 중 국내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현대차 '아반떼'의 가격이 2000만원을 넘어섰다. 넓은 공간에 비해 '합리적 가격'이 장점이던 준중형 세단이 이제 '부담스런 가격'의 차가 된 것이다. 아반떼는 처음 출시될 당시만 해도 1대당 1000만원 이하에 판매되다 2000년대 중반 일시적으로 2000만원대에 판매된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줄곧 2000만원 이하 가격에 머물러왔다.
◆ 디젤 엔진 올린 아반떼, 2000만원 벽 깼다
현대차는 지난 13일 '더 뉴 아반떼' 디젤 차종 '모던' 자동변속기 모델을 2090만원의 가격에 출시했다. 이는 이전의 아반떼 최고급 모델(1955만원)보다 135만원이나 가격이 오른 것이다.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디젤 엔진을 장착했고, 각종 옵션(선택품목)을 최고급 제품으로 장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형 아반떼의 내비게이션에 장착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005930)의 최고급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에 사용되는 것으로, 기존 액정표시장치(LCD)에 비해 생산 단가가 비싸다. 자동 직각(T자) 주차가 가능한 주차조향 시스템과 타이어 정렬 알림장치 등 최고급 기능이 기본품목으로 적용됐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디젤 승용차 출시로 국내 평균판매단가(ASP)는 1% 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형 아반떼 출시가 현대차의 국내 자동차 평균 판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 1995년엔 780만원~850만원에 판매
준중현 세단 아반떼의 가격이 처음부터 비쌌던 것은 아니다. 아반떼 가격은 1995년 출시 이후 20년이 채 안돼 두 배 이상 올랐으며, 2009년 이후 2000만원대 이하로 내려왔던 가격이 4년 만에 다시 2000만원대 벽을 넘어섰다.
1995년 첫 선을 보인 아반떼의 판매 가격은 지금의 절반 수준인 780만원~850만원. 각각 1.5리터(L)와 1.8L 가솔린 엔진 모델로 출시됐다. 당시 아반떼는 열선시트 같은 고급 옵션은 물론 에어백·잠김방지브레이크(ABS) 등 안전장치가 적용되지 않았다.
아반떼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2003년 '아반떼 XD'가 출시되면서 부터다. 아반떼 XD 가격은 1.5L 가솔린 모델이 877만원~1359만원, 2L 모델은 1208만원~1930만원으로 책정됐다. 아반떼 XD는 일부 모델에 에어백과 ABS 등이 기본으로 장착되기 시작했다.
아반떼 XD는 2005년식이 출시되면서부터는 최고 등급 가격이 약간 내렸다. 2005년식 아반떼 XD 가격은 902만원~1816만원이었다. 2006년식에는 처음 디젤 엔진이 장착됐지만 가격이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
2006년식 아반떼 XD 가격은 1.6L 가솔린 모델이 923만원~1498만원, 2L 가솔린 모델이 1332만원~1838만원이었다. 디젤 모델은 1377만원~1646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번에 출시된 신형 아반떼는 디젤 엔진 모델이 가솔린보다 비싸지만 당시에는 고배기량 가솔린 모델이 더 비싸게 판매됐다.
아반떼 가격이 처음 2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2008년 아반떼 HD가 선을 보이면서 부터다. 2008년식 아반떼 HD에도 디젤 엔진 모델이 있었는데, 1.6리터 디젤 모델 가격이 1400만원~2090만원이었다. 2009년식 아반떼 역시 1.6L 디젤 엔진 모델 최고 가격이 2096만원으로 비쌌다.
2010년식 들어서는 디젤 엔진 모델이 사라지면서 아반떼 가격도 2000만원 이하로 내려왔다. 1.6L 가솔린 엔진 단일 모델로 출시된 2010년식 아반떼 가격은 1198만원~1897만원이었다. 2010년식 아반떼에는 전동식 측면거울과 전동식 윈도 등이 모두 기본으로 장착됐다. 일부 등급에는 지금은 일반화된 USB 장치도 적용됐다.
이후 2년간 아반떼 가격에는 변화가 없었다. 최고 등급 가격 기준으로 2011년과 2012년식이 1890만원으로 동일했다. 2013년식이 1955만원으로 65만원 정도 올랐다.
이번에 디젤 엔진 탑재와 함께 2000만원대 벽을 넘어서면서 아반떼 가격은 4개 연식만에 다시 2000만원을 돌파하게 됐다. 현대차측은 "액면 가격이 약간 올랐지만 각종 편의 사양들이 과거 연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장착됐기 때문에 오히려 가격 인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