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꿈의 소재로 불리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전방위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TV·스마트폰과 같은 완성품 시장의 강자인 삼성이 OLED에선 부품과 소재까지 모두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이다. 주로 스마트폰 화면으로 쓰여온 OLED는 최근 TV와 같은 대형 화면에도 채택되기 시작해 4년 후엔 200억달러(약 22조2000억원·디스플레이서치 전망) 규모로 급팽창할 전망이다.

제일모직은 지난 9일 OLED 소재 기업인 독일의 노바엘이디(Novaled)를 삼성전자와 함께 인수했다. 제일모직이 50.1%(1731억원), 삼성전자가 40%(1382억원)를 확보하며, 나머지 지분은 삼성벤처투자가 보유하는 형태다.

노바엘이디는 OLED가 빛을 내기 위해 필요한 원활한 전자 흐름을 돕는 소재를 만든다. 530여 건의 특허와 원천 기술을 다수 확보하고 있으며, 작년 매출은 3300만달러(367억원)다. 제일모직 서경훈 전략기획팀장은 "앞으로 5년 내 OLED 소재 시장에서 20~30%의 점유율을 확보,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게 내부 목표"라고 말했다.

소재에서 완제품까지 제조 일원화

전류가 흐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OLED는 액정디스플레이(LCD)와는 달리 별도의 광원(光源)이 필요 없다. 그만큼 얇고 가벼운 데다, 화면을 살짝 휠 수도 있다. 자연색에 가까운 화질을 구현하면서도 전력 소모는 낮아, '꿈의 소재'로 불린다. 하지만 소재·부품 제조 기술이 너무 어려워, 아직은 화면 크기가 작은 스마트폰에 주로 쓰인다.

제일모직이 노바엘이디를 인수한 것은 삼성이 OLED의 전(全) 분야를 석권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 회사 인수로 삼성은 '삼성전자(TV·스마트폰 제조)-삼성디스플레이(패널 제조)-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소재)·제일모직(소재)' 등 생산 공정 일원화를 완성했다. 예컨대 제일모직이 만든 OLED용 재료를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의 기판 위에다 뿌려 붙이면 OLED용 패널(TV에 들어가는 화면)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각종 TV 부품을 조립하면 'OLED TV'가 완성된다.

OLED의 소재·부품 기술력은 완제품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갤럭시S4와 같은 삼성전자의 최신 폰이 OLED 화면 경쟁에서 타사보다 앞선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반대로 삼성전자라는 큰 고객을 확보한 소재·부품 업체들은 연구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기술 혁신을 앞서가는 효과가 있다.

가격 인하로 OLED TV 시장 키우기

OLED 시장이 커지려면 '값싼 OLED TV'를 생산해야 한다. OLED는 화면이 커질수록 제조가 어렵다. 55인치 곡면 OLED TV를 고객에게 판매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곳밖에 없다.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TV업체들은 올 1월 미국 전시회 때 56인치 크기의 시제품을 내놨을 뿐이다. 기술이 어려운 만큼 가격이 비싸다. TV 1대에 1500만원이나 한다. 삼성은 가격 인하로 시장 키우기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11일 "55인치 OLED TV의 가격을 기존 1500만원에서 990만원으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6월 말 내놓은 최첨단 TV의 가격을 두 달도 안 돼 30% 이상 낮춘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패널의 생산 품질이 좋아지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TV용 패널에 대규모 투자해온 삼성디스플레이의 제조 기술이 점차 안정화 단계에 올라서고 있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삼성의 가격 인하가 시장을 자극해 OLED TV 시장 규모를 빨리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는 OLED TV가 올해 1억4600만달러(1600억원)의 작은 시장에서 2017년엔 무려 80배 이상 커진 119억8600만달러(13조3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