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절전규제 이행률이 크게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상 최악의 전력난 우려로 정부가 전 국민적인 절전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정부의 절전규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 5월 말 발표한 절전규제 대책에 따라 계약전력 5000㎾ 이상의 전력 다소비업체들은 이달 5일부터 30일까지 하루 4시간(오전 10~11시, 오후 2~5시)씩 의무적으로 3~15%씩 전력사용량을 감축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부터 정부의 절전규제가 시작됐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를 비롯한 대기업 20여곳이 절전규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이행률이 지난 겨울철(89.4%) 대비 약 7% 낮은 83%에 머물러 있다고 11일 밝혔다. 산업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절전규제를 지키지 않은 대기업 명단과 위반횟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절전규제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전력수급 위기 상황에서 전력 소모량이 큰 대기업들의 도적적 해이를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에 따르면 정부의 절전규제를 가장 많이 위반한 기업은 기아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총 5일간 진행된 절전규제 시행기간 중 기아차 광주공장의 경우 위반횟수 5일을 기록, 단 하루도 정부의 절전요구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기아차 광명공장과 광산공장은 위반횟수 4일, 오산공장은 3일을 각각 기록해 정부의 절전대책을 거의 이행하지 않았다.

현대차 역시 절전규제를 무시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현대차 전주공장과 아산공장은 절전규제 시행기간 5일 중 4일을 위반했고 울산공장도 3일을 지키지 않았다. 이 밖에 현대차그룹 계열 현대하이스코순천공장과 현대로템 안양공장도 5일을 위반해 여름철 절전규제를 단 하루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외에도 이번 여름철 절전규제 기간 중 단 하루도 규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 LG화학(051910)파주공장과 LG실트론 구미2공장, S-Oil(010950)울산공장, 하이트진로 전주공장, SK네트웍스(001740)서울사무소 등도 위반횟수 5일을 기록, 절전규제를 무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위급한 전력수급 상황으로 전 국민들이 무더위에서 고통을 이겨내며 절전에 동참하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들의 무관심으로 정부의 절전규제 이행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주요 대기업들이 절전에 제대로 동참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