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8일 인천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국내 역대 순위 6위 지진(규모 4.9)이 발생한데 이어 지난 6월 4일 이후 충남 보령해역에서 100회가 넘는 지진이 발생하면서 서해안에서 대형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디지털지진계로 관측한 지진은 65회로, 1999년 이후 연평균 44회보다 21건이 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람이 직접 땅이 흔들리는 것을 감지한 경우는 8회로, 예년 평균인 5.5회보다 많았다. 특히 전체 지진 가운데 46회는 서해안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해안 지진은 백령도와 충남 보령 앞바다에 집중되고 있다.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는 올해 들어 규모 2.0 이상 지진이 16차례 발생했고, 최근 46일 동안 미소지진을 포함해 모두 39회 지진이 발생했다. 특히 5월 18일 발생한 지진은 2004년 경북 울진군에서 일어난 지진에 이어 9년만에 가장 규모가 컸고 여진도 기상청 지진 계측 이래 가장 많았다.

또 충남 보령시 서남쪽인 전북 군산시 어청도 인근 해역에서는 지난 6월 4일 이후 이달 4일까지 62일간 규모 0~3.9의 지진이 모두 100차례나 발생했다. 이들 지진은 반경 2.5㎞ 이내 해역에서 집중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13일에는 전북 군산시 어청도 인근 해역에서 규모 3.5의 가장 큰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의 원인에 대한 해석은 아직까지 엇갈린다. 기상청은 "백령도와 어청도 해역에서 여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양 지역의 단층선이 서로 연결돼 있지 않아 관련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또 "2007년 1월부터 한반도에서 지진이 일어난 빈도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없다"며 "최근 한반도 지진과 일본 동일본 대지진의 관련성도 적은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일본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9가 넘는 사상 초유의 지진으로 기록됐다"며 "최근 유례없이 한반도 서해에 지진이 집중되는 것도 일본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백령도와 보령 앞바다 지진보다 에너지 강도가 큰 규모 의 지진이 서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과거 문헌에 따르면 서해안 일대 지진이 일어난 기록이 남아있지만 최근 5년간 어청도 일대 해역에서는 이례적으로 지진이 감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진은 지진과 같은 급격한 지질 현상과 단층 활동으로 오랫동안 쌓여있던 에너지를 분출하는 현상인데 최근 수년간 이런 활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이 지역에 쌓여 있어, 한꺼번에 에너지가 약한 지질층에 가해지면서 큰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의 지진이 갈수록 잦아지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지진관측계를 이용해 한반도 지진을 측정하면서 1980년대 연평균 15.7회 발생하던 지진은 1990년대 25.5회, 2000년대 43.6회에 이어 최근 3년간은 연평균 50회로 급증했다. 학계에선 이처럼 잦은 지진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지진의 전조라는 우려가 나온다. 홍 교수는 "지진의 특성상 작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면 큰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학계에서 이미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퇴적층일수록 지진 피해가 커진다는 점이다. 지진파는 암반보다 흔들리기 쉬원 퇴적층에서 크게 흔들리면서 피해가 더 커지기 특성이 있다. 1995년 일본 고베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가 커진 이유는 로코 산지와 오사카만 사이에 자리한 시가지 경계에 있던 단층이 퇴적층에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연이어 지진이 일어난 서해 일대 역시 주변 해역과 육지에서 유입된 퇴적층이 비교적 두껍게 형성돼 있다. 만에 하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서해안의 주요 산업지대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학계는 서해안 일대에 단층 위치과 지질학적 특성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백령도 인근 해역을 비롯해 극히 일부 지역을 빼고 이번에 잦은 지진이 발생한 어청도 일대 단층 정보도 정확히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도 이날 서해 해역의 지진지체구조 및 단층 활동에 대한 특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올들어 한반도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이 323건이라며 주요 지진 진앙지를 공개했다. 기상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