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 2분기 23조1834억원의 매출을 기록, 분기별 사상 최대 기록을 수립했다. 상반기 전체 매출액 역시 역대 최고기록을 깬 44조5505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부터 6월 초까지 이어진 초유의 국내공장 주말 특근거부 사태로 내수 판매가 작년 동기 대비 0.7% 줄었지만, 해외 판매가 23.3% 늘어난 덕분에 전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현대차는 25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 2조406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은 4조2750억원이었다. 작년 상반기보다 7.7% 감소한 수치다. 매출이 작년 대비 5.8%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국내 공장 가동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작년 상반기 11%에서 올 상반기엔 9.6%로 1.4%포인트 하락했다.

현대차는 국내 생산 차질을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메웠다. 미국 공장을 3교대 체제로 전환해 110% 가동하는 한편, 지난해 완공한 중국 3공장과 브라질 공장도 바로 풀가동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총생산 대수 중 해외 생산량 비중이 역대 최대치인 61.4%를 기록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주말 특근거부 사태로 국내 공장 가동률이 저하되면서, 매출 대비 원가의 비율이 작년 상반기 76.1%에서 올 상반기 77.5%로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올 초 불거진 브레이크등(燈) 결함에 따른 리콜 충당금(약 900억원)을 쌓은 것도 비용 부담으로 작용했다.

상반기 세계 신차 수요가 2%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현대차의 전체 판매량은 9.5% 증가, 총판매 대수가 239만대를 기록했다. 중국의 판매 증가세가 35.6%로 가장 두드러졌다. 미국에서는 엔저에 힘입은 인센티브 공세를 펴는 도요타·닛산 등 일본 업체들과 픽업트럭을 앞세운 미국 빅3에 눌려 상반기 판매 증가율이 1.2%에 그쳤다. 대신 브라질 등 신흥 시장 판매가 6.3% 늘어나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하반기에도 '국내 부진, 해외 호조'의 판매 구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희 부사장은 "유럽지역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해서, 올해 세계 자동차 총수요는 당초 전망치보다 소폭 줄어들 것"이라며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수입차 업체들의 공세 때문에, 내수 판매는 하반기에도 쉽지 않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수입차 업체들에 대항하기 위해 현대차는 디젤엔진을 장착한 승용차를 서둘러 출시하는 등 상품 전략을 다시 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