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상용차 부문(대표이사 최한영)이 인도네시아 시장 재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2011년 6월 한상업체 코린도와 제휴 관계를 끊은 지 2년 만이다. 이번엔 반제품이 아닌 완성차를 수출한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첫 진출시 채택한 CKD 방식(반제품 수출한 뒤 현지 조립생산)은 현지 제휴업체와의 불화 탓에 실패로 끝났다.
오양섭 현대차 상용수출2실 이사는 24일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에 완성품을 수출할 방침”이라며 “차량 중량 2.5톤 마이티 트럭과 함께 24톤 이상 트라고 엑시언트를 수출하기 위해 현지 업체와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2.5톤 마이티 트럭의 인도네시아 관세는 현재 20%에 달한다. 하지만 한-아세안(ASEAN) FTA 상품무역협정이 2007년 6월 발효되면서 자동차 관세율은 2016년까지 순차적으로 5%까지 줄어든다. 이에 현대차는 2~3년 지나면 인도네시아 수출에 수익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5톤 이상 대형트럭에 대해서는 지금도 관세가 없다. 현대차는 트라고 엑시언트의 우핸들 차량을 만들고 있다. 우핸들 차량 제작은 인도네시아, 남아프라카공화국 등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현대차 승용차 부문도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세안 시장에 완성차 수출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아세안 시장에서 일부 차종을 현지 조립생산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 실적이 미미하다보니 시장접근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제휴대상서 한상업체 배제…코린도와 불화 겪은 탓
현대차는 판매대행 업체를 찾기 위해 인도네시아 현지업체와 접촉하고 있다. 오 이사는 “완성차나 부품을 생산하는 인도네시아 현지업체 다수와 협상하고 있다. 판매대행 업체는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판매 대리점을 모집·관리하고 사후관리(A/S) 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판매대행업체 선정대상에서 한상업체를 배제할 방침이다. 한상업체 코린도와 손잡고 인도네시아 상용차 시장에 진출했으나 결과적으로 시장 경쟁에서 참패한 탓이다. (조선비즈 5월 20일자 "'현대차 다신 안 타' 인도네시아 분노 확산" 기사 참조) 현대차는 한상업체와의 불화를 사업실패의 1차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차는 2006년 6월 인도네시아 상용차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코린도와 손잡고 부품공급 및 기술·완성차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코린도는 반제품 형태로 수입한 트럭을 현지 공장에서 조립해 팔았다. 하지만 제품 고장이 빈발하면서 반품 사태가 발생했고, 이 탓에 현대차와 코린도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 현대차 인니 독자진출 걸림돌 없어…상사중재원 결정이 유일 변수
현대차는 사업 실패의 책임을 코린도 탓으로 돌린다. 코린도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무지와 무모한 판매전략 때문에 제품 반품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최한영 현대차 상용차부문 부회장은 “코린도 경영진이 자동차 산업을 모른다. 고객 신용도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제품을 팔면서 바이백 조건을 다는 판매 방식은 자동차 업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며 “인도네시아 경기가 침체되자 할부금이 연체되고 이것이 무더기 반품 사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011년 10월 자카르타 시내 CNG버스 폭발 사고도 현대차의 한상업체 배제 결정을 부추겼다. CNG버스 제조사인 현대차는 버스 판매업체인 코린도와 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사태가 악화됐다고 판단한다. 오 이사는 “사고 발생 초기 코린도가 자체 조사한 뒤 현지 충전소의 과충전 탓에 버스가 폭발했다고 현대차에 통보해왔는데 얼마 후 느닷없이 제품불량 탓이라고 태도를 바꿨다”며 “당시 CNG용기 제조사가 현지에서 정밀 조사했으나 제품 불량은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재진출하는데 걸림돌은 없다. 지난 11일 코린도가 인도네시아 법원에 제기한 손배 소송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계약서상 조항에 의거해 인도네시아의 재판 관할권이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요청했고, 중재결정은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다. 중재결정은 법원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