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 상장은 큰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기업을 따라가려면 자본 조달은 꼭 필요합니다. 현재 사업 내용을 제대로 알리는데도 딱 맞습니다."(코넥스 상장사 웹솔루스 김홍식 대표이사)
"공시가 별로 없다보니 투자자들이 신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본 예탁금이 너무 많아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코넥스 상장사 아진엑스텍 김창호 대표이사)
18일 10시 서울 63빌딩. '코넥스 시장 상장 법인 합동 기업설명회(IR)'가 열렸다. 상장사 경영자들의 목소리가 행사장을 울렸다. 코넥스 상장 1호기업 21개 회사가 한자리에서 선을 보이는 첫 행사였다. 실제 행사장에 들어선 인원은 약 80명. 200여명이 참석할 거라던 주최 측의 예상보다는 다소 적었다. 주로 각 증권사 연구원들과 기관 투자자, 벤처캐피탈 등 업계 관계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들은 거의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회사는 최홍식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이 맡았다. 최 본부장은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이후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평균 157% 상승했다"며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지만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코넥스 상장기업에 대한 정보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코넥스의 문제점도 인정했다.
◆ "내년 중 코넥스 건너 코스닥 가겠다"
상장 기업들엔 앞에 나와 소개할 시간이 30분씩 주어졌다. 따로 인터뷰를 갖는 상장업체 경영자들도 있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이 자리에서 코넥스 상장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상장 기업 대표이사 가운데 대부분은 이번 행사에서 최대한 빨리 코스닥 시장으로 옮겨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대부분의 상장사들이 이르면 다음해 안에 코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삼았다. 늦어도 2015년을 넘지 않았다.
비나텍 성도경 대표이사는 "코넥스에 상장한 이유는 코스닥시장에 진출하려면 코넥스를 거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제3시장에 대해 관심이 커지면서 이 기회를 잡는 게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테라텍의 최병춘 대표이사도 "원래 목표는 코넥스가 아닌 코스닥 시장"이라며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기 전 경험을 쌓는 차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코넥스 상장사 CEO "예탁금 내려달라" 한 목소리
코넥스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다수의 코넥스 기업 대표들은 기본 예탁금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코넥스 시장에 참여하길 원하는 개인 투자자에게 기본예탁금으로 3억원을 요구한다. 코넥스 상장사들이 아직 투자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 벤처기업인 점을 감안해 거액 자산가들만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하지만 소액 투자자들이 들어오지 못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끊이질 않는다.
코넥스 21개 상장사 협의회 회장직을 맡은 김창호 아진엑스텍 대표이사는 "코넥스는 중소벤처가 자본시장에 진입하는 장벽을 낮춰주기 위해 만든 시장인데, 기본 예탁금이 너무 높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며 "돈 있는 사람만 투자하라는 의도가 아니라면 예탁금을 낮춰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이사는 "벤처캐피탈의 최대 지분 제한 등 관련 제재도 풀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진우 하이로닉 대표이사도 "(코넥스가 성공하려면) 거래 활성화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주식을 팔려는 다수의 개인과 사들이려는 소수의 기관만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 기관투자자·벤처캐피탈, 코넥스 의구심 여전해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넥스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7일 기준 4억6000만원이다. 개장 첫날인 지난 1일 13억8000만원이었던 거래대금은 일주일 만에 1억4000만원으로 급감했다가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이번 주부터는 15일 6억원, 16일 6억8000만원, 17일 7억7000만원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거래량도 5일째 10만주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코넥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는 여전히 기업 정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가한 한 기관투자자는 "개별기업의 R&D(연구개발) 인력이나 구체적인 연혁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신뢰가 가는데 이번 행사에선 이런 정보를 전혀 구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벤처 캐피탈 업계는 우선주 상장, 상장주식 취득제한, 세제혜택 등 정책적인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보였다.
송재상 월드경영컨설팅 대표는 "여전히 규제가 많아 당기 순이익 규모가 20~30억 수준인 회사들은 허들이 있어서 코넥스에 참여하더라도 자금을 제대로 조달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코넥스 시장을 더 활성화시키려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