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은행의 주당 매각가격 하한선을 종전(1만5000~1만7000원)보다 대폭 낮춰 1만2000원으로 정한 것은 유례없는 세수 부족을 감안해 '이번엔 팔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부의 기업은행 지분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6년 기업은행 매각 계획을 세운 이후 7년동안 단 1주도 팔지 못했다. 이번에는 기업은행 보유지분 68.8%중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50%+1주'를 제외하고 모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1만2000원 어떻게 산출됐나‥산은·수출입은 지분도 포함

주당 매각가격 하한선이 1만2000원으로 산출된 것은 정부의 보유지분 범위에 범정부라 할 수 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의 보유 지분(3억7880만주·68.8%)중 '50%+1주'를 제외하면 1억340만주가 남는다. 기업은행 주식매각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세외수입 1조7000억원을 감안하면 주당 1만6441원에 팔아야 한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전환우선주도 범 정부 지분으로 친다면 정부가 팔 수 있는 주식수는 더 늘어난다. 현재 이들이 보유한 전환우선주를 모두 보통주로 바꾸면 산업은행이 보유한 기업은행 지분은 9.5%(5740만주), 수출입은행은 2.4%(1470만주)가 된다. 범 정부 기준으로 50%+1주만 남긴다고 할 경우 정부가 팔 수 있는 기업은행 주식 수는 1억4900만주로 늘어난다. 정부 계획대로 주당 1만2000원만 받으면 총 1조7880억원의 세외수입을 올려 목표했던 세외수입 이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企銀지분 7년째 정부 '쌈짓돈'‥유례없는 세수부족에 매각 의지 강해

정부가 처음 기업은행 주식을 매각하려고 한 것은 2006년이다. 당시 정부는 기업은행 지분을 매각해 1조219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2008년과 2009년에도 세외수입으로 각각 9639억원, 1조2190억원을 편성했고 2010년 1조2690억원, 2011년 7189억원으로 책정했다. 2011년에는 정부가 주관사 등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수요조사를 실시하면서 주당 매각 기준가로 전일 종가인 2만550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하루만에 주가가 10% 가까이 폭락하면서 지분 매각은 불발로 끝났다.

또 지난해 말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정부는 기업은행 지분을 전량 매각해 5조원의 세수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기업은행 민영화라는 지난 정부의 정책 기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서면서 기업은행의 민영화가 '비현실적이다'라는 판단에 따라 올해 추경 예산을 편성하면서 매각 물량을 줄여 예상 세수를 1조7000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게다가 올들어 상반기 국세수입이 지난해보다 10조원이나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각 의지는 그 어느때 보다 강하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0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홍콩에서 투자설명회(IR)를 열었다. 투자자를 바로 모집하지는 않는 논딜 로드쇼(Non-Deal Roadshow) 성격이었지만 정부 측 인사가 참여한 첫 설명회였다. 당시 설명회에는 롬바드(Lombard)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참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나 기관투자자 등 투자자 선택에 제한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은행 지분을 매각해 올해 안에 1조7000억원의 세외수입을 거둬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8일 종가는 1만1350원으로 1만2000원에 못 미치고 있다. 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우선주가 전환되면 상장주식수가 지금보다 10% 가량 늘어나 주가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우전환주의 존재가 이미 시장에 알려져 있기 때문에 지금 시세가 이를 반영하고 있어 물량 확대로 인한 가격 인하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