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국세청이 롯데쇼핑에 대해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나선 16일 롯데그룹 전체가 동요했다. 롯데쇼핑은 롯데그룹 전체 매출의 30%(연결 재무제표 기준)를 책임지는 주력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의 문제는 롯데그룹 전체로 확대될 수 있는 휘발성을 갖고 있다.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조사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롯데시네마의 4개 사업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4개 사업부를 모두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4국은 기업 등의 특별세무조사를 담당하는 곳이다.
조사팀은 이날 컴퓨터 자료를 복사하는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자료를 훑어갔다. 조사 기간은 최소 120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과 재계에서는 특히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조사가 연속해 진행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국제조사관리과는 지난 2월부터 6월 말까지 호텔롯데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전체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다. 지주회사 격인 그룹의 핵심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끝나고 한 달도 안 지나 다시 그룹의 주력 계열사를 조사했다는 것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같은 경제 민주화 현안과 관련해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받고 있다. 공정위는 5월부터 롯데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대홍기획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홍기획은 작년 매출액 2759억원 중 2040억원을 그룹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단일 계열사로 매출거래가 가장 크게 발생한 곳은 롯데쇼핑으로 804억원의 물량을 몰아줬다. 나머지도 롯데정보통신 등 롯데 계열사가 대홍기획에 매출을 밀어줬다. 대홍기획의 개인 최대 주주는 6.24% 지분을 가진 신영자 롯데쇼핑 이사다. 신영자(71) 이사는 신격호(91) 총괄회장의 장녀다.
◇지난 정권에서 특혜 논란도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지난 정권 때 대표적인 숙원 사업을 잇달아 해결한 것이 정권이 바뀐 뒤 진행되는 연속적 세무조사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그룹이 123층짜리 건물(555m)을 짓고 있는 롯데월드타워 사업은 1998년 서울시로부터 땅을 사들이면서 시작했지만, 사업 허가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09년에야 받았다. 당시 인근 서울공항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위험하다는 이유로 군에서 강하게 반대했으나, 정부는 활주로 각도까지 바꾸며 건설 허가를 내줘 특혜 논란이 일었다.
롯데는 또 작년 3월 맥주 제조업 허가를 받고 숙원이던 맥주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현재 충북 충주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는 허가를 받는 데까지 오래 시간이 걸린 만큼 충분히 준비를 한 것이며, 맥주 공장 건설은 당시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치 경쟁을 벌인 만큼 특혜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9년 이후 세무조사를 받지 않은 롯데쇼핑이 이젠 받을 때가 돼서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