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는 기아차 하반기 판매촉진대회가 열렸습니다. 이삼웅 사장을 비롯해 국내영업본부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했는데, 이전의 판촉대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상반기 실적이 발표되면 서로 축하하면서 "하반기엔 더 잘해보자"고 격려하는 게 관례였는데, 이날은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하반기 점유율 목표치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판매 성적표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작년 말 세웠던 올해 기아차의 국내 점유율 목표는 32%, 그런데 상반기 실적은 이보다 1.8%포인트 낮은 30.2%(수입차 포함)에 머물렀습니다. 작년 상반기 점유율(32%) 정도의 실적만 유지하자는 방어적인 목표를 세웠는데도, 이보다 못한 결과가 나온 겁니다.

경기 탓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기아차가 어떤 회산가요. 불경기일수록 잘 팔리는 경차(모닝·레이)와 중·소형차(프라이드·K3) 최강자 아닙니까. 이삼웅 사장도 "외부 여건을 핑계 대지 말고 내부적으로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고 질책했다고 합니다.

고민에 빠진 기아차 임직원들에게 피아트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길 권합니다. 이탈리아의 자존심인 피아트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자국 내 점유율이 60%를 웃도는 '국민차'였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경쟁력 있는 중·소형차를 앞세운 포드GM 등 미국 업체의 기세에 눌려 1999년 점유율이 36%로 급전직하했고, 최근에는 도요타닛산까지 가세하면서 30% 점유율을 방어하기도 어려운 형국입니다. 오랜 기간 독과점 지위에 취해있다가 밀려오는 수입차 공세에 재빨리 대비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이제 국내 소비자들은 2000만원대 예산으로 무려 15종의 수입차를 고를 수 있습니다. 이들의 쇼핑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기 위해 기아차가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