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재활용을 활성화하는 각종 제도가 마련되면서 그동안 버려지던 중고 부품의 재활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선진국에서는 안전에 문제가 없는 자동차 부품은 재활용해서 다시 쓰는 경우가 많다. 중고 부품을 쓰면 국가적인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수리비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중고 부품 사용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품질이 보증되는 중고 부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열고, 중고 부품으로 수리를 하는 사람에게는 자동차 보험료를 깎아주는 등 중고 부품 사용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인천의 한 폐차장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부품을 뜯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중고 부품 믿고 써도 되나?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중고 부품을 쓰는 소비자가 많지 않았다. 중고 부품을 쓰는 경우는 대부분 단종된 지 오래돼 부품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였다. 소비자들이 중고 부품을 쓰면 위험하다고 인식하는데다, 부품 판매에서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자동차 업체들이 지정 수리점에서 중고 부품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유통 경로가 확보되지 않은 것도 한 몫을 했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중고 부품 시장이 크게 활성화 돼있다. 미국의 경우 연간 50조원이 넘는 규모의 재활용 부품 시장이 형성 돼있다. 차량 수리용 부품 시장에서 중고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40%가 넘는다. 유럽의 경우 중고 자동차 부품 시장이 연간 11조원 규모로 형성돼 있고, 일본도 수리용 부품 시장의 14%를 중고 부품이 차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직접 중고 부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 업체들은 공식적으로 재활용 부품을 판매한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폴크스바겐, BMW 등 독일 업체들도 부품 재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다. 중고 부품을 세척하고 손질해서 새 부품과 별 차이가 없는 상품으로 만들고 판매를 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중고 부품 사용이 이렇게 활성화된 것은 대부분의 중고 부품이 다시 사용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수리 과정이나 폐차 과정에서 나온 부품을 분해해 세척하고 문제가 있는 구성품만 새것으로 갈아 다시 조립한 다음 품질 검사를 한다면 새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렇게 만든 부품을 재제조 부품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자동차관리법도 차대번호가 표기된 차대와 조향 기어 장치 등 4가지 부품을 제외한 나머지 부품은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학훈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협회(KADRA) 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재활용이 가능한 부품의 대부분이 주인을 찾지 못해 고철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 조치로 중고 부품 재활용이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인천의 한 폐차장 창고에 쌓여있는 중고 부품. 재활용 부품 사용이 활성화되지 않아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가격 30~50% 저렴, 완성차 업체도 뛰어들어
 
중고 부품은 무엇보다도 값이 싸다는 것이 강점이다. 특히 손을 볼 필요가 별로 없는 외장 제품의 경우 값이 많이 싸다. 예를 들어 새 부품 가격이 10만7000원인 현대차 EF 쏘나타의 헤드램프(전조등)의 중고품은 2만5000원~3만원이면 살 수 있다. 10만8000원짜리 그랜저 XG의 전조등도 5만원이면 된다. 19만5000원짜리 EF쏘나타의 앞 문짝 가격은 7만원5000원, 20만1000원짜리 그랜저 XG 앞문짝 가격은 10만원이다. 부품에 따라 적어도 절반, 많게는 70%쯤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KADRA는 8월말 이런 부품을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을 열고, 품질 보증도 제공할 예정이다.
 
그 동안 중고 부품 사용에 미온적이던 자동차 회사들도 최근 중고 부품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중고 부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현대글로비스가 중고 부품을 손질해 상품으로 만들고, 인증 마크를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글로비스는 현재 발전기와 스파크모터, 등속조인트, 파워스티어링모터, 인젝터, 고압펌프, 배기가스 순환장치, 에어컨용 컴프레셔 등을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브레이크 캘리퍼와 터보차저 등으로 대상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다. 재제조 제품의 가격은 새 부품 가격의 50% 정도다.
 
기아차 정비업체인 오토Q 관계자는 "그 동안 정비사 입장에서도 나중에 문제가 될지 모르는 중고 부품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최근 글로비스가 설명회를 열며 현장에서 재제조 부품에 대한 오해를 없애려고 하는 등 본사 차원에서 재제조 부품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을 볼 때 재제조 부품 사용이 점차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도 현재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고 디젤 인젝터와 발전기, 스타트 모터, 에어컨용 컴프레셔 등 4종의 재제조 부품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아직 재제조 부품을 쓰겠다는 소비자가 많지 않지만 앞으로 공급 품목 수를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현재 재제조 부품을 쓰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