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그랜저.

현대자동차가 8일부터 그랜저 등 차량 4종과 파노라마 선루프의 가격을 최대 100만원까지 인하한다.

일본·독일 등 수입차 업계가 엔저(엔화 약세)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3년차를 맞아 일제히 가격을 내린 데 이어 국내 완성차 업계 대표 격인 현대차가 이에 가세함으로써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격 할인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대차는 '그랜저 3.3 셀러브리티'의 가격을 100만원 내리고 i40 D-Spec(디-스펙), i40 살룬 D-Spec, 벨로스터 D-Spec 등 3종을 각각 30만원씩 인하한다고 7일 밝혔다. 각 차종의 사양은 가격 인하 전과 같다. 또 쏘나타 하이브리드, i40, i40 살룬, 그랜저, 싼타페, 맥스크루즈 등 중·대형차 7종에 부착하는 파노라마 선루프의 가격도 10만원 인하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앞으로도 '착한 가격' 정책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수입차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가격인하 공세를 펴면서 현대차의 최대 100만원 인하라는 '맞불 정책'을 끌어낸 것으로 본다. 그동안 현대차가 국내 시장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국내 시장에선 비싸게 팔고, 해외에선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을 넓혀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기아차도 지난달 신형 K5를 선보이며 "가격 인상 요인이 있지만 세부모델에 따라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하했다"고 밝혔다. 기본 모델인 디럭스는 주행모드 통합제어 시스템과 이중접합 차음 유리 등이 적용되고도 기존과 동일한 2195만원(자동변속기 기준)으로 맞췄다.

앞서 지난 1일부터 유럽산 수입차의 가격은 최대 340만원까지 내려갔다. 관세가 차종별로 1.33~1.6%가량 낮아지면서 BMW는 30만~200만원, 벤츠는 30만~340만원까지 가격을 인하했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50만~180만원 값을 내렸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는 최근 시장보고서를 통해 "수입차 업체는 FTA 발효에 따른 관세 인하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왔고 유럽산은 2014년부터 무관세가 적용돼 국산차와 가격 격차는 더욱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1~6월) 누적 수입차 등록대수는 7만4487대. 지난해(6만2239대)보다 19.7% 증가했다. 반면 국내 완성차 5사(현대차·기아차·한국GM·쌍용차·르노삼성차)는 2.7% 줄어든 67만2813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