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이후 코스피지수, 그리고 삼성전자(005930)주가가 급락하면서 "주가가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다"는 분석이 많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후로만 18% 가까이 하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지분율은 49.23%에서 47.72%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1+1(원 플러스 원)'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삼성전자의 주가이익비율(PER)이 5배에 불과하다"며 "2006년 이후 삼성전자의 평균 PER이 10배였던 만큼 현 주가는 지나치게 할인된 수준"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PER이란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지표로, 주가가 고평가됐는지 저평가 받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주 쓰인다. 한국 증시의 평균 PER은 8~10배를 맴도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수치만 놓고 봤을 때 삼성전자 주가는 저평가 받고 있는 것이 맞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투자자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팔고 있을까.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휴대폰 사업…인텔과 삼성은 다르다

현재 삼성전자는 휴대폰(스마트폰)의 이익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말한다. 과거엔 휴대폰과 반도체, 가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기여했었는데 현재는 스마트폰이 혼자 먹여살린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1분기를 기준으로 스마트폰이 속해 있는 정보통신·모바일(IM) 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이 74%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스마트폰업종이 고위험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증권사 임원 출신인 한 재야 투자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실적이 급속히 좋아졌듯이 급속히 나빠질 수도 있다"며 "과거 노키아, 블랙베리가 얼마나 빠른 시간에 무너졌는지를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투자자는 "물론 삼성전자는 그런 징후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번 2분기에 처음으로 증권사들의 평균 추정치를 밑돌았다"며 "아무래도 기관 투자자들 입장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는 셈"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스마트폰 부문의 이익을 상당 부분 덜어내고 기업가치를 산정한다"며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인텔 같은 기업과 비교하며 삼성전자의 주가가 싸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인텔과 삼성전자는 사업 구조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국내 애널리스트들도 이 같은 분위기를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한 기업의 해외 기업설명회에 다녀왔는데,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더라"며 "당분간 수급 측면에서 불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증권사 추정치를 6.8% 정도 밑돈 이유는 무엇보다 갤럭시S4 판매 부진 때문으로 추정된다.

갤럭시S4는 2분기에 2050만대 판매됐는데, 증권사 연구원들은 최소 2200만대는 판매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7500만대를 소폭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전체적으로는 1억4000만대 가량 팔았다. 삼성전자의 올해 목표치는 3억대다.

일각에서는 갤럭시S4가 잘 팔리지 않은 이유가 곧 출시될 갤럭시노트3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곧바로 신상품이 나올 것이란 분석이 판매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만약 이 의견대로 갤럭시S4의 부진이 신상품 때문이었고, 갤럭시노트3 판매량이 예상을 웃돌 경우 삼성전자 주가는 다시 상승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갤럭시S3, 갤럭시S4에 이어 갤럭시노트3마저 부진에 빠졌을 때다. 현재 증권업계, 그리고 IT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의 고성장세가 끊겼다는 분석이 심심찮게 나온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요즘은 스마트폰 기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새 폰이 나왔다고 바로 바꾸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느냐"며 "분위기는 확실히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안정적으로 1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만 입증해도 주가는 꽤 오를 수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