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미국 자동차 시장이 8% 성장한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오히려 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 8.9%였던 시장 점유율은 8.2%까지 떨어졌다.
3일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가 집계한 6월 자동차 판매 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미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보다 8% 성장한 782만966대 규모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소비자들이 예상보다 경기가 나쁘지 않다고 느끼면서 자동차 구매를 계속 늘리기 때문이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도 호조를 보였다. 미국 시장 1위를 달리는 포드가 14% 성장한 것을 비롯해 쉐보레가 6%, 닷지가 22% 성장하는 등 미국 업체들은 판매 호조를 이어갔다. 미국 브랜드의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업체의 경우 폴크스바겐의 판매가 0.9% 줄었지만, 벤츠(10%)와 BMW(11%), 아우디(14%), 포르쉐(30%) 등 고급 브랜드의 판매는 크게 늘며 전체적으로는 6% 성장했다.
현대·기아차와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는 일본 업체들은 성장세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주목을 받고있다. 1분기까지만 해도 도요타와 혼다, 닛산의 성장률이 8%와 5%, -2%를 기록하며 일본 브랜드 전체의 성장률은 5%에 그쳤다. 하지만 엔저 효과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2분기 판매가 늘며 도요타와 혼다, 닛산은 상반기 각각 6%와 7%, 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성장률도 7%로 뛰어올랐다. 지난 5월 미국에서 7개 차종 가격을 최대 4400달러까지 인하한 닛산은 6월에만 무려 16% 성장하며 떨어졌던 시장점유율을 단숨에 회복했다. 스바루도 상반기 25%를 성장하며 강세를 보였다.
반면 지난해까지 고성장을 구가하던 현대·기아차는 성장세가 멈췄다. 현대차는 6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1% 늘어난 36만10대의 차를 판매했다. 시장점유율은 4.9%에서 4.6%로 떨어졌다. 기아차는 오히려 역성장을 했다. 기아차는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4% 줄어든 27만7351대의 차를 판매했다. 시장 점유율은 4%에서 3.5%로 0.5%p 내려갔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가 줄어든 것은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과 주말 특근 부재로 인한 생산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상반기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기아차의 차량 중 국내 생산분은 지난해보다 4000대 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상반기 전체 판매 감소분이 7000여대에 달해 생산 부족 외에도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엔저의 영향이 현대·기아차 판매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환율 변동이 가격 변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일본 업체들이 최근 가격을 내려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가격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각종 품질지수가 급격하게 떨어진 것도 판매 하락의 요인으로 보인다"면서 "품질에 대한 평가는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