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두 블록 떨어진 데이비스 빌딩 2층 치과병원 로비. 환자 6명이 로비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인 2명, 흑인 1명, 히스패닉 2명, 아시아인 1명. 이 중 4명을 무작위로 골라 병원에 대한 평가를 물어봤다.

에르스카 모빌리(28·비영리단체 근무)는 "치료비가 싸고 시스템이 선진적이다. 예약 일정, 약 복용 여부, 주의사항 준수 여부 등을 이메일과 전화로 알려준다"고 했다. 그에게 "이 치과가 한국 브랜드라는 것을 아느냐"고 묻자 "몰랐다. 한국 의료 서비스가 미국보다 나은 것 같다"고 했다. '미 국무부 미디어 담당'이라고 적힌 명함을 건넨 한 환자는 익명을 요구하면서 "작년에 구글 지도로 사무실 근처 치과를 뒤져 이곳을 발견했다"며 "옐프(Yelp·서비스업체 평가 사이트) 평가가 좋아서 와봤는데, 전문의가 봐준다는 점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지난 28일 미국 워싱턴DC의 유디치과 1호 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임플란트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동료의 추천을 받았다는 인디아 새비지(24·금융회사 근무)는 "가격이 병원 선택의 결정적 요인이냐"는 질문에 "치아는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안 되는데 가격만으로 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답했다.

이곳은 한국에서 무수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끝에 현재는 병원 추가 개설을 중단한 국내 최대 치과병원 네트워크 '유디치과'가 2008년에 문을 연 미국 1호 병원이다.

미국 연매출 1300만달러

유디치과 미국법인은 지난 28일 뉴욕 맨해튼에 3곳, 퀸스에 2곳, 뉴저지에 1곳 등 모두 6개의 병원 건물을 한꺼번에 인수했다. 전체 인수 금액은 3200만달러(362억원)에 이르는 대형 계약이었다. 이 병원들은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 사이 모두 개원한다.

확장의 원동력은 기존 미국 사업의 성장세다. 유디치과는 2008년 워싱턴DC 병원을 시작으로 버지니아·캘리포니아 등 현재 미국 내 8곳의 병원이 있다. 이를 운영하는 미국법인이 지난해 거둬들인 매출 총액은 1300만달러(147억원).

유디치과는 의사 5~10명이 하나의 병원에 여러 개 진료실을 두고 환자를 진료하는 국내에서의 확장 방식을 미국에서 그대로 쓴다. 이렇게 사무실과 직원을 공유할 경우 의사 1~2명이 병원 한 곳에서 진료할 때에 비해 임대료·인건비가 낮아지고, 대량 구매 효과로 각종 장비·재료 구입 비용도 할인된다. 전문의 집도 기준, 미국 일반 치과의 임플란트 수술비는 5000~7000달러지만, 유디치과에서는 4000달러다. 유디치과그룹 측은 내년부터 미국에서만 매년 20곳씩의 병원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국내에선 병원 확대 중단

유디치과가 미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국내 성장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2000년 처음 문을 연 유디치과는 대표원장 1명이 개별 지점 병원과 계약을 맺어 치료비 결정과 장비 구입 등 경영을 도맡아 하고, 지점 병원 의사는 진료만 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네트워크 병원이라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당시 치아 한 개당 300만~400만원 수준이던 임플란트 비용을 180만원으로 파격적으로 낮추었다. 이후 병원 수를 110곳까지 늘리면서 임플란트 비용을 80만~100만원까지 더 낮추었다. 임플란트 가격은 파격적으로 낮추었으나, 이는 '저질 의료' 논란을 불러왔다. 대한치과협회(치협)가 유디치과의 과잉 마케팅과 상업주의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논란 속에 국회는 2011년 12월 '의사와 의사 간 병원 운영 간섭 금지'를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유디치과의 확장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유디치과 김종훈 미국법인 대표원장은 "미국의 대형 네트워크 병원은 저소득층 전용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고급 인테리어 등을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한국식 병원이 경쟁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며 "10년 안에 미국 최대의 치과 네트워크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