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카이엔 GTS'와 아우디'S6'를 비교하는 건 난센스다. 비교시승은 두 차량의 차종이 같을 경우에만 유효한데, 카이엔 GTS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반면 S6는 중형 세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모델은 지향점이 분명 비슷하다. 카이엔 GTS는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에서 실용성을 살려 만든 차고, S6는 실용성 높은 세단에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태어난 모델이다. 실용성과 주행성능을 모두 추구하게 됐다는 점이 두 차의 공통점이다. 양 극단에 서 있던 두 차는 이제 서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 서킷에서 태어난 SUV, 카이엔 GTS
카이엔 GTS를 시승한 곳은 강원도 인제에 있는 '인제스피디움'이었다. 그동안 스포츠 세단을 서킷에서 탄 적은 많았지만 SUV를 타고 트랙을 질주한 적은 처음이다. 그 만큼 카이엔 GTS의 몸속에는 스포츠카의 DNA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자리에 앉아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카이엔 GTS는 스포츠카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줬다. 특이하게도 이 차의 시동장치는 핸들 왼쪽에 있는데, 왼손으로 시동을 거는 즉시 오른손으로 변속기 레버를 조작해 앞으로 튀어 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0.01초에 승부가 갈리는 자동차 경주에서나 필요한 기능이지만 이는 카이엔 GTS의 태생이 스포츠카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다.
시동을 걸자 우렁찬 엔진음이 폭발했다가 잦아들었다. 이 차는 4.8리터(L) 8기통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출력은 420마력, 가속도와 관계 있는 최대토크는 52.5kg·m다. 2톤이 넘는 육중한 몸이지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5.7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웬만한 스포츠 세단들보다 주행 성능이 더 뛰어나다.
차를 서킷에 올려 본격적으로 주행 성능을 평가해 봤다. 인제 서킷은 평지에 있는 전남 영암 서킷과 달리 산을 깎아 만들었다. 따라서 트랙의 높낮이 차가 큰 편이다. 내리막 곡선 구간에서 제때 속도를 줄이지 못하면 차가 제자리에서 회전하거나 최악의 경우 전복될 위험도 많다. 천장이 높은 SUV라면 더더욱 위험하다.
카이엔 GTS는 그러나 마치 서킷을 달리기 위해 태어난 차인 것 마냥 자연스럽게 트랙을 질주했다. 곡선 구간에서 차가 기울어질 것 같으면 차체자세제어장치(ESP)가 적극 개입해 안정성을 높여줬다. 차량 높이가 1685mm로 다른 카이엔 모델들 보다 1~2cm 정도 낮은 점도 곡선 구간에서 더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요인이다.
스포츠카가 아닌 SUV를 타고 타이어가 '끼이익'하는 소리를 내며 미끌어지는 소리를 듣는 맛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 겉은 세단, 속은 스포츠카…S6
S6는 시내 도로와 서울춘천고속도로에서 시승했다. 금요일이었지만 아직 주말 정체가 시작되지 않은 서울춘천고속도로는 쭉 뻗은 도로가 서킷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S6는 밖에서 보면 기존 A6와 큰 차이가 없다. 전조등이나 후미등 앞쪽 통풍구의 모양이 거의 흡사해 S6라는 로고가 없다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을 열고 자리에 앉으면 점잖은 A6와는 다른 인테리어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선 시트가 스포츠카의 시트 처럼 그물무늬가 새겨져 있다. 문 안쪽과 변속기 주변에는 카본 무늬 소재를 사용해 마치 스포츠카의 내부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제한속도를 지켜가며 S6의 주행 능력을 평가해봤다. S6는 4L 8기통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출력은 420마력, 최대토크는 56.1kg·m다. 엔진 제원은 카이엔 GTS와 비슷하지만 차량 무게가 40kg 정도 가볍고, 세단이라 공기 저항을 덜 받는 구조다. 따라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이르는데 걸리는 시간도 단 4.6초 정도로 1초 정도 짧다. 변속기는 카이엔 GTS가 8단, S6가 7단이지만 가속 성능은 오히려 S6 쪽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실제로 제한속도가 없다면 시속 200km까지는 너끈히 치고 올라갈 만큼 엔진의 힘이 남아 도는 느낌이었다. 특히 엔진 회전수(RPM)가 낮은 영역에서 불리한 가솔린 터보 엔진이지만 2000회 안팎에서도 스포티한 주행을 맛보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터보 엔진을 장착한 다른 세단들의 경우 RPM이 낮을 때 가속페달과 엔진 반응 사이에 '터보 래그'라는 시차가 느껴지기 마련이다.
핸들링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주차시 한손으로도 부드럽게 돌아가던 S6의 핸들은 고속 주행 때는 단단해져 차의 하체를 잡아줬다. 덕분에 고속 곡선 구간도 안정적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 실용성 살려…아쉬운 연비
이처럼 달리는 게 주특기인 카이엔 GTS와 S6지만, 실용성 역시 양보하지 않았다. S6는 A6를 기본으로 한데다 차 앞뒤 길이는 오히려 약간 더 길어졌다. 중형 세단의 공간감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트렁크 용량은 530리터로 골프백이 들어가고도 공간이 넉넉하게 남는다.
카이엔 GTS도 포르쉐의 첫 실용모델이라는 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여유로운 공간을 자랑한다. 포르쉐의 강력한 주행성능이 탐났지만, 불편한 공간이 불만이었던 운전자라면 카이엔 GTS가 좋은 대안이다.
다만 주행 능력을 한껏 올려놓은 만큼 두 차의 연비는 아쉽다. 카이엔GTS가 1L 당 7.2km, S6가 7.9km다. 둘 다 5등급의 연비다. S6는 75L의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우고도 주행 가능 거리가 400km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차량 가격은 카이엔GTS가 1억2660만원, S6가 1억1680만원이다. 가격 면에서나 특성 면에서 두 차의 소비자층은 많이 겹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