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시공 중인 123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가 부실한 관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를 비롯해 현장이 있는 송파구청은 현장 관리 감독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건설·건축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의 경우 이번 사고가 경미한 사고라며 직접 나설만한 일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 "우리 권한 아닌데" 부실한 관리감독이 사고 불러
제2롯데월드의 경우 국내 건축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인 123층(555m)로 지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번도 진행된 적이 없는 높이다. 하지만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나 공사 등을 총괄해야 할 국토교통부 등은 특별히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26일 "인·허가 및 현장을 서울시가 총괄적으로 관리하긴 하지만 제2롯데월드를 특별하게 관리 감독하지는 않는다"며 "현장에서 어떤 공법이 사용되는지 등을 모두 관리할 수는 없지 않나. 대부분은 롯데건설이 책임지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할 구청인 송파구청은 "설계 변경으로 우리는 관리 감독권이 없고 서울시가 모두 관리한다"고 말했다. 송파구 소방서 관계자는 "4월에 화재 설비 등을 검사하기 위해 나갔지만 특별 관리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경우 이번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그리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국토부 건설안전과 관계자는 "경미한 사고라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별다른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며 "건설기술관리법 상 중대한 사고일 경우 국토부가 나서서 조사한다"고 말했다. 건설기술관리법은 사망 사고를 '중대한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국토부의 입장은 현재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노동부, 산업안전공단 등이 합동으로 나서서 사고 조사를 진행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롯데건설이 이번 현장에 적용한 자동상승 거푸집(ACS)의 경우 건설현장의 일반 작업 장비 등과 다르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안전 적용대상이 아니다. 롯데건설 측이 자발적 관리 감독을 더욱 철저하게 했어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롯데건설의 경우 기존 상승 거푸집과 달리 무교체 자동상승 거푸집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다.
현장의 감리(감독·관리)를 담당했던 한미글로벌의 경우 현재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미글로벌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롯데건설 측이 아닌 어떤 쪽에도 관련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 "제2, 제3의 사고 발생할 수도"
제2롯데월드 사고와 관련해 제대로 된 원인 규명이 없을 경우 향후 추가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제2롯데월드는 43층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80층 가량 건물을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더 높은 고도에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안전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콘크리트를 붓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거푸집 판이 떨어져 나온 걸로 봤을 때 ACS 기계가 연식이 오래된 노후된 장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공사가 계속해서 진행될 경우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건설 측은 이런 분석에 대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업체로부터 ACS 장비를 임대해왔기 때문에 기계 결함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고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