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적 자금 회수를 위해 우리금융그룹 소속 14개 계열사를 지방은행(경남·광주은행), 증권 계열(우리투자증권·우리자산운용), 우리은행 등 크게 세 덩어리로 분리해 매각하는 계획을 26일 발표했다. 이번이 4번째 민영화 시도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001년 한빛·평화은행 등에 공적 자금 12조8000억원이 투입돼 설립됐고,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하다 일부를 매각해 5조7000억원은 회수했고 57%의 지분이 남아 있는 상태다.

민영화 속도 높이려 계열사 분리 매각

이번 민영화의 핵심은 2가지다. 금융지주를 통째로 일괄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계열사별로 쪼개서 팔고, 가급적 빨리 매각한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는 정치권의 개입 등을 차단할 수 있는 정권 첫해가 아니면 어렵다. 이번에 못 하면 5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제윤(오른쪽) 금융위원장과 남상구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이 26일 서울시 중구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금융을 지방은행·증권·은행 등 3개 그룹으로 쪼개서 내년 10월까지 모두 매각할 계획이다.

앞서 3차례의 매각 시도는 일괄 매각 위주로, 매각 속도보다 가격을 중시하다 모두 실패했다. 지난 2010년 7~12월 추진됐던 1차 시도는 인수자를 찾지 못해 중단됐고, 2011년 8월 2차 시도는 사모펀드 1곳만 응찰해 입찰 요건에 미달했다. 지난해 7월 세 번째 시도 때는 단 한 곳도 입찰 제안서를 내지 않아 불발됐다.

그래서 이번 민영화 방안은 증권업계 선두권인 우리투자증권,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인수 경합에 나설 경남은행 등 매각 가능성이 큰 계열사를 분리해 우선 매각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우리금융 민영화로 회수할 수 있는 공적 자금의 규모는 계열사 분리 매각이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일괄 매각과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된다"면서 "조기 민영화를 위해 공적 자금 회수 극대화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우리투자증권 등 증권 계열은 내년 3월, 지방은행 계열(경남·광주은행)은 내년 5월까지 매각을 끝낸다는 매각 일정을 발표했다. 우리은행 계열은 내년 10월까지 매각하기로 했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전 치열할 듯

시장에서는 이번 민영화 방안이 현실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우리금융지주 관련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시장의 긍정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전날보다 5.4% 오른 1만400원에, 우리투자증권은 2.9% 오른 1만650원에 마감했다.

매물로 나올 금융회사 중 인수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매물은 우리투자증권이다. 대우증권에 이은 업계 2위로, 시장 상황이 좋으면 연간 2000억원대 순이익을 낼 수 있는 회사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4대 금융지주 중 증권 분야가 가장 취약한 KB금융지주가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신한금융지주도 LG카드 인수 부담에서 거의 벗어난 데다,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가 수년째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서 증권 분야 강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보험업계에선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인 교보생명이 후보로 꼽힌다. 증권사가 없는 롯데·포스코·KT 등도 거론되지만, 정부가 대기업에 좋은 회사를 넘겼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 약점이다.

경남은행은 경남 지역 상공인 등이 주축이 돼서 인수에 나설 태세인 데다, BS금융지주(부산은행)와 DGB금융지주(대구은행)의 경합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은행은 전북은행과 지역 상공인단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신한 등 주요 금융지주가 나설 가능성이 있다. 중국계 은행의 인수설도 나온다.

우리·국민은행 합병 시나리오는 배제된 듯

가장 덩치 큰 매물인 우리은행은 매각 순위가 가장 뒤로 미뤄졌다. 매각 방식도 다른 계열사와 다르다. 금융위는 다른 계열사들은 모두 현재 예금보험공사나 우리금융지주가 갖고 있는 지분 전체를 한꺼번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우리은행은 예외로 남겼다.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최소 입찰 규모를 미리 확정하지 않고, 추후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예보가 보유한 57%의 지분 전체를 인수하지 않고, 일부만 인수하는 것도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은행은 30% 이하의 지분을 가진 과점(寡占·3~4곳의 대주주가 있는 상태) 주주 체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시장에선 정부가 우리은행을 KB금융지주에 팔아 메가뱅크(초대형은행·국민+우리은행 합병)를 만드는 시나리오는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덩치가 너무 큰 은행을 만들었다가 그 은행이 흔들리면 문제가 너무 커진다"면서 "우리은행 매각에서 메가뱅크 방향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