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건설현장에서 거푸집 판이 43층에서 21층으로 떨어져 작업을 하던 인부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축학계는 이번에 문제가 된 자동상승거푸집(ACS·Auto climbing System) 장치는 빌딩 공사에서 매우 흔하게 사용되는 것으로 롯데건설이 새롭게 개발해 적용한 신기술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공사를 빨리 끝내려고 서두른 점, 국내 최고층 건물 공사임에도 당국의 관리감독이 부실했던 점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 "검증없던 롯데건설의 신공법에 문제 생겼을 것"
자동상승거푸집(ACS·Auto Climbing System)은 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장비다.
빌딩은 철근 골조를 만들고 거푸집을 설치 한 뒤 콘크리트를 부어 1층을 완성한다. 이후 철근 골조를 더 올리고 거푸집을 높여 다시 콘크리틀 붓고 1층을 추가한다.
ACS는 이런 과정에서 일일이 거푸집을 풀었다 재조립하지 않아도 되는 장비다. 유압으로 거푸집을 밀어 올려 다음 층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ACS를 이용하면 3일에 1개층씩 건물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작업자가 콘크리트를 부을 때 딛는 발판을 건물의 벽면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는 점이다. 롯데건설은 이런 별도의 발판 재조정 작업 없이 건축물의 표면에 따라 자동으로 상승하는 '무교체 자동상승 거푸집 시스템'을 개발해 롯데월드타워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발판 재조정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재조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당 신기술 적용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한양대 건축학과 신성우 교수는 "ACS 기술은 40층 높이 건물을 짓는데도 적용되는 매우 흔한 기술"이라며 "조사결과를 살펴 봐야겠지만 롯데건설이 새롭게 개발한 무교체 기술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 자체 기술이 검증이 안된 상태에서 현장에 적용되다 보니 위로 올라가도록 설계된 거푸집 판이 아래로 떨어지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롯데건설이 시공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이번 공사를 위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160층·828m)를 시공한 전문가들을 영입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 허술한 관리감독, 무리한 공사 일정도 원인
이번 사고가 부실한 관리감독 때문에 발생한 '인재'라는 지적도 있다. 문제점이 수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건설이 짓고 있는 건물은 우리나라 건축 역사상 가장 높은 건물이다. 게다가 검증이 제대로 안된 신공법까지 적용됐다. 하지만 제대로 관리 감독을 담당한 곳은 없었다.
관할구청인 송파구청 관계자는 "설계 변경이 진행되면서 모든 관리 감독권한이 서울시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허가 및 현장을 총괄적으로 관리하지만 어떤 공법을 사용하고 어떤 자재를 쓰는지는 관리하기 힘들다"며 "대부분은 롯데건설이 책임지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5월 부분 개장을 위해 무리하게 공사가 진행된 점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롯데건설은 오후 10시까지 대형 조명을 키고 건물 기둥 공사를 매일 진행했다. 롯데건설이 시간에 쫓기고 있음을 잘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관리 감독이 부실했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야간에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주변 지역 주민들은 '빛(光) 공해'와 같은 불편을 겪고 있다.
공사장 인근 잠실 리센츠 아파트 거주민은 "밤에도 불을 밝게 켜두고 있어 창문으로 들어오는 불빛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