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급 세단 시장의 3대 차종인 현대차 제네시스와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가 하반기 일제히 신차 교체 주기를 맞는다. 벤츠가 디자인을 대폭 바꾼 신형 E클래스를 24일부터 국내 시판을 시작으로, BMW가 9월 5시리즈 변형 모델을, 현대차가 디자인, 엔진이 모두 바뀐 2세대 제네시스를 연말에 출시한다.

신차를 얼마나 파느냐가 앞으로 국내 고급차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내다보는 가늠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2008년 현대차가 5000만원대 고급 세단 제네시스를 처음 출시할 때만 해도 국내 자동차 시장은 지금과 판이했다. 2008년 제네시스의 국내 총 판매량은 2만7615대.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 판매량을 합친 것(6110대)보다 2.5배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엔 제네시스가 1만8076대, 5시리즈와 E클래스가 합쳐 2만3136대가 팔려 주도권이 수입차로 넘어갔다.

올 하반기 국내 고급 세단 시장에서 현대차·BMW·메르세데스 벤츠 간 3파전이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사진은 벤츠 신형 E클래스.

다급한 것은 현대차뿐만 아니다. 과거 고급차의 대명사였던 벤츠는 이번 기회에 BMW에 뺏긴 1등 지위를 탈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올 하반기, 고급차 시장 터닝포인트

현대차는 최근 550만유로(80억원)를 들여 독일 라인란트팔츠주(州) 뉘르부르크링 옆에 자동차 테스트센터를 지었다. 뉘르부르크링은 독일 서부에 있는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자동차 트랙으로,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고성능차 개발과 성능 시험을 위해 즐겨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가 여기에 돈을 투자한 것은 올 연말 내놓을 2세대 제네시스를 독일 고급차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말할 것 없지만, 국내에서 제네시스의 경쟁차가 독일 고급 세단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뉘르부르크링 바로 옆에 테스트센터를 짓고 막바지 성능 조율 작업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국내 승용차 중 최초로 장애물을 인식했을 때 알아서 제동하는 기능 등 각종 첨단 장치를 대거 탑재할 예정이다.

가장 먼저 신차를 내놓는 벤츠는 디자인에 승부를 걸었다. 이전 모델이 중후한 디자인에 방점을 두었다면, 새로 나올 차는 눈에 띄게 젊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쪽에 두 조각씩 나뉘었던 '트윈 헤드램프'를 한 개로 뭉치고, 각진 디자인도 둥글게 다듬었다. 국내 최초로 디젤 엔진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접합한 E클래스도 출시한다.

FTA 발효 3년차…저가 공세도 위협적

판매 대수에서 현대차를 위협하고 있는 수입차 1위 업체 BMW는 경제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신형 5시리즈의 디자인이 현재 판매 중인 것과 큰 차이가 없지만, 종전 최고 인기 모델인 520d(디젤)보다 가격을 더 끌어내린 518d 모델을 출시할 전망이다. BMW코리아 측은 "현대차가 대형 고급세단 중 디젤엔진 모델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선 여전히 우리가 그 빈 곳을 공략할 만하다"며 "몇 년 전만 해도 디젤 고급 세단은 '틈새 모델'이었지만 지금은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부터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3년차에 접어든다는 것도 이번 삼파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1년 상반기 8%였던 유럽산(産)차의 수입 관세는 단계적으로 인하돼, 내달부터는 1.6%(배기량 1500㏄ 이상)까지 떨어진다. 관세 인하분만큼은 아니라도 상당한 가격 인하 여력이 추가로 생기는 셈이다. FTA 발효 전 8290만원이었던 벤츠 E클래스 아방가르드 모델은 올 초 8040만원까지 떨어졌고, BMW 5시리즈 가솔린 모델인 528i는 같은 기간 6890만원에서 6740만원으로 하락했다. 벤츠코리아 최윤선 차장은 "이번 신형 모델도 6월 말부터 시판되지만, FTA 3년차 관세 인하분을 가격에 선(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