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SPA(Specialty store re 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제조·유통 일괄 의류 회사)가 국내 의류·패션시장을 급속히 장악하고 있다.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매장 수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 토종 업체들은 매출, 이익이 동반 하락하며 외국 SPA들의 공격에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일부 업체들은 기존 브랜드를 시장에서 철수시키며 SPA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세력 확대하는 외국계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14일 전북 전주 고사점과 광주 진월점을 오픈한 데 이어, 21일 충남 아산점을 열면서 충청·호남권 지역 유통망을 강화한다. 전주 고사점은 전북 지역에, 아산점은 충청 지역에 처음으로 문을 여는 길거리 매장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수도권에 몰려 있던 매장을 아산점 오픈을 시작으로 점차 지방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니클로의 한국 법인인 FRL코리아의 2012년 회계연도 매출액은 5049억원으로 2011년 회계연도(3279억원)보다 53% 증가했다.

지난 14일 문을 연 유니클로 광주광역시 남구의 진월점 매장 내부 모습. 일본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최근 매출 상승에 힘입어 수도권 지역에 집중됐던 매장을 지방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 다른 일본 브랜드인 무인양품(無印良品)도 21일 한국 진출 10년 만에 서울 강남에 1호 플래그십 스토어(한 건물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가 사용하는 매장)를 오픈할 계획이다. 그동안 롯데백화점 내 입점 형태로만 영업했지만, 앞으로는 개별 매장을 통해 더욱 공격적으로 영업하겠다는 뜻이다.

스페인 자라(ZARA), 스웨덴 H&M도 작년 매출 상승에 힘입어 올해 국내 매장 수를 더욱 늘릴 계획이다. 자라리테일코리아의 2012년 회계연도 매출액은 전년보다 21% 증가한 2038억원을 기록했다. H&M헤네스앤모리츠의 2012년 회계연도 매출액도 899억원으로 전년보다 42% 증가했다.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Inditex)'는 지난 14일 "아시아권에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라는 생활용품 라인인 '자라 홈'도 일본 내 매장 오픈을 시작으로 한국 진출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M도 자라보다 비(非)유럽권 매장 확장이 늦었다는 분석에 따라 한국 등 아시아 지역 매장 수를 늘릴 계획이다.

국내 패션 업계 비상

국내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주요 업체 가운데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이 거의 없다. 업계 1위인 제일모직은 올 1분기 매출이 1조523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285억원)보다 증가했지만, 패션 부문보다는 전자소재 부문 매출 증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LG패션한섬·신원은 올 1분기 매출이 감소했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에 오픈한 빈폴의 세미브랜드 ‘바이크리페어샵’의 플래그십스토어. 제일모직은 외국 SPA 브랜드의 공세에 맞서 매출이 좋지 않은 브랜드는 없애고, 매출이 좋은 ‘빈폴’ 브랜드는 강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패션 업계는 돈 안 되는 브랜드는 과감히 접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최근 캐주얼 브랜드 '후부', 여성복 브랜드인 '데레쿠니'를 접었다. 대신 지난해 아웃도어 브랜드인 '빈폴아웃도어'와 자전거를 즐겨 타는 10~20대를 위한 캐주얼 브랜드인 '바이크리페어샵'을 새로 출시했다. 제일모직은 또 지난해 한국형 SPA브랜드인 '에잇세컨즈'를 출시해 명동, 강남 등에 대형 매장을 내며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이랜드는 가장 적극적으로 외국계와 경쟁 중이다. 이랜드는 지난 4월 기존 여성복 브랜드 '로엠'을 SPA로 전환한 데 이어, 신발 브랜드 '슈펜', 아웃도어 브랜드 '루켄' 등을 론칭했다. 대신 매출이 부진하던 '쏘베이직'과 '언더우드' '쉐인진' '콕스' 등의 국내 사업은 철수하고, 중국 사업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LG패션은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국내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려 노력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캐주얼 브랜드인 '헤지스'가 국내 브랜드 중 처음으로 대만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코오롱 FnC도 남성복 브랜드 '맨스타'를 지난 2월 접었으며, 신세계인터내셔널 역시 캐주얼 브랜드 '제이홀릭'을 철수시켰다. 한섬은 최근 명품 브랜드 '발리'의 국내 판권을 인수하는 등 해외 브랜드 판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