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경남 창녕군 대합면 이방리. 양파·마늘밭 사이로 난 왕복 2차선 도로를 지나 얕은 산등성이를 넘자 갑자기 거대한 최신식 공장 건물이 나타났다. 넥센타이어가 5300억원을 들여 49만5000㎡(약 15만평) 규모로 작년 3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공장이었다. 생산시설을 풀가동하고 있는 넥센타이어는 올해 3000억원을 추가 투자하는 등 2018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을 창녕공장에 투자할 예정이다.
◇넥센타이어, 창녕에 2018년까지 총 1조5000억원 투자 예정
일본 자동차업체 미쓰비시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아웃랜더 스포츠'용 타이어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박상훈(37)씨는 작년 4월 넥센에 취업하면서 고향 창녕으로 돌아왔다. 창녕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친 뒤 대구에서 대학을 마치고 중장비 기사로 일하다가 10여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박씨는 "고향에서 대기업 정규직으로 일하게 되니 친구들이 무척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넥센타이어의 창녕 공장 신설은 대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실에서 이례적인 대규모 투자였다. 이는 '메이드 인 코리아'란 점을 부각시켜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였다.
넥센타이어 이응용 창녕공장장(부사장)은 "'메이드 인 코리아'란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 세계 유수 업체에 납품하려는 목적도 컸다"고 말했다.
◇점심부터 저녁까지 기업 CEO 기다린 창녕군수
2009년 넥센타이어가 부산 양산에 있는 제1공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제2공장을 건설한다는 소식에 치열한 유치전이 벌어졌다. 경남 밀양시와 창녕·산청·함양군, 경북 상주시와 청도군, 전북 김제·남원시 등 8개 시·군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창녕군은 '군(郡) 역사상 최대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역(逆)공정' 마케팅을 폈다. 넥센타이어가 생산 개시 목표로 세운 '2012년 3월 1일'에 맞춰 창녕군이 산업단지 승인, 토지 보상, 각종 인허가 등을 제시간 안에 책임지겠다는 제의였다. 군은 6명으로 구성된 기업유치팀을 투입했다.
창녕군 공무원들의 적극적 자세는 넥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응용 창녕공장장은 "공장 입지를 결정하기 전인 2009년 6월,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이 창녕군수 등과 점심 약속을 잡았는데 급한 일이 생겨서 저녁때가 돼서야 도착했다"며 "그런데 김충식 창녕군수를 비롯한 군 공무원들이 그때까지 계속 기다리고 있더라"고 말했다. 넥센에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의 측면도 있었지만, '갑'의 태도를 버린 자세는 넥센의 공장 입지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지나는 교통상의 이점, 대구시와 인접해 있어서 인력을 구하기 쉽다는 점 등도 넥센의 창녕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넥센 공장 유치 후 인구 늘고 땅값도 크게 올라
창녕군은 '넥센일반산업단지' 승인 2년 만에 타이어 생산이 시작되게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넥센타이어가 경남도·창녕군과 투자협약을 체결한 게 2009년 9월이었다. 그해 12월에 산업단지 승인을 신청했고, 3개월 만인 2010년 2월 산단 승인을 받았다. 그해 6월엔 기공식을 했고, 2012년 3월 1일 창녕공장에서 첫 타이어를 생산했다.
넥센타이어 공장 유치로 창녕군은 활력을 되찾았다. 매년 감소하던 인구는 넥센 유치에 성공한 2009년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5월말 현재 창녕군 인구는 6만3325명으로, 2009년(6만1252명)에 비해 3.4%(2073명) 증가했다.
농촌 지역에서 구하기 힘든 비교적 높은 임금의 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난 게 인구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다.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에서 근무하는 830명 중 400명은 창녕군 출신이다. 넥센타이어는 2018년까지 창녕공장 직원 수를 2000명으로 늘릴 예정이어서, 앞으로 더 많은 젊은 층의 유입이 기대되고 있다.
땅값도 3년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창녕군청 손광환 주사는 "넥센타이어 공장이 들어선 대합면 지역 땅값이 2009년 평당 15만원이었지만, 현재는 평당 30만원까지 뛰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