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일본에서 철수했다. 국내에서 일본차 업체들이 가격 공세를 펼치며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11일 기아차에 따르면 기아차는 지난 3월 일본 현지법인인 기아 재팬의 청산 작업을 마무리 했다.
기아차는 현대차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1992년 부품 도입 등을 위해 기아 재팬을 설립했다. 이후 기아차가 현대차그룹에 인수되면서 부품 구매도 공동으로 하게 됐고, 현지 법인의 역할이 줄었다. 기아차는 기아 재팬의 업종을 완성차 및 부품 해외판매로 명시하며 완성차 판매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판매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기아차는 이번에 현지 법인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일본 내 보유 부동산 등이 있어서 법인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실제 업무를 하지 않은지는 오래 됐다"면서 "자동차도 팔지도 않고 팔 가능성도 없는 법인을 유지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청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정은 현대자동차도 비슷하다. 현대차는 2001년부터 일본에서 승용차를 판매하다가 2009년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이 기간에 현대차가 일본에서 판매한 승용차는 1만4000여대. 연간 2000대도 판매하지 못한 것이다. 현대차 일본 법인은 현재 기존에 판매한 승용차의 사후관리(AS)와 상용차(버스) 판매만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시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데다 폐쇄적인 분위기가 있어서 승용차 판매가 쉽지 않다"면서 "앞으로 시장 여건이 좋아지면 승용차 판매를 다시 검토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언제가 될 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최근 일본 수입차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일본에서 전년보다 17.3% 늘어난24만1563대의 차를 판매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가 각각 26.2%와 20.2% 성장한 것을 비롯해 아우디와 폴크스바겐도 14.2%와 11% 성장세를 보였다. 쉐보레와 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국 브랜드도 각각 16.5%, 28%, 13.9% 성장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일본에서 차를 팔려면 일본차와 확실한 차별화가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차들을 일본차와 비슷하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일본차가 아직은 한국차보다 낫다고 인식하는 일본에서 국산차를 파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시장에서 일본차 업체들은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달 주력 차종인 캠리와 프리우스 등의 가격을 300만원씩 인하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8% 늘어난 1314대의 차를 판매했다. 이 기간 혼다도 판매가 61% 늘었다. 상대적으로 판매가 부진했던 닛산과 인피니티도 이달부터 대대적인 할인 공세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