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현대차와 한국의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CNG(압축천연가스) 버스 폭발에 대한 현지 정부의 조사 협조 요청을 묵살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자카르타 도심 한복판에서 현대차 CNG버스가 폭발해 승객 한 명의 다리가 잘리고 8명이 다친 사건의 후속이었다.
트랜스자카트타 등 현지 언론은 '평화로운 목요일 아침 자카르타 도심에서 현대차 버스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버스 차체와 출입문, 창문 등이 깨졌고 승객 한 명의 다리가 절단됐다'고 인도네시아 전역에 보도했다. 국민 여론이 들끓자 인도네시아 당국은 신속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제조사인 현대차가 조사에 응하지 않아 현지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단독으로 사고를 분석했다. 수사연구소는 사고 원인을 '가스용기 불량'이라고 발표했다.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버스의 가스용기는 제작 당시 열처리 과정에 하자가 있어 용기 내부압력이 급격히 올라가 폭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경찰도 ‘제조사 현대차가 책임질 사안’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버스 운전사와 정비사, 현지 판매업체 관계자 등 30여명을 참고인 조사했다. 조선비즈가 입수한 인도네시아 경찰청 보고서에는 ‘이 사고는 인도네시아 형법 360조 관련 과실치상 사건으로 현대차 관계자에게 조사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적혀 있다.
현대차는 버스 폭발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요청한 정밀감식도 국내 협력업체에 떠넘겼다. 이유는 현지에 파견할 인원이 없다는 것이었다. 김익태 현대차 아태상용수출팀장은 “사고가 난 버스는 충전압력을 초과한데다 밸브에 녹도 슬었다. 폭발 사고는 제조사 책임이 아니라 정비 미숙 탓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현대차는 미국에서 발생한 ‘연비과장’ 사태에 신속히 대응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조사결과를 발표하자 현대차는 연비 표기를 고치고 소비자보상을 실시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 자동차 시장은 환경·연비·안전 등 기준을 미국에서 찾는다”며 “인도네시아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차별대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호영 전 주 인도네시아 한국대사는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5000만명이나 된다. 그만큼 잠재수요가 크다. 현지 정부도 버스 폭발 사고에 대해 관심이 많다. 신속하게 조사에 응하고 보상하는 게 현대차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