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중견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집중 ‘관리’한 협력사 4곳이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포스코가 최근 철강 시황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협력사들을 상대로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를 시행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이들 4개 업체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극찬한 바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11년 협력업체 30개사와 ‘중견기업 육성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 중 4개사가 2년 만에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고 30일 밝혔다. 4개 회사는 KC코트렐·비에이치아이·조선내화·고아정공으로, 실제로 이 회사들의 평균 매출은 2년간 50.8% 늘었다.
정준양 회장은 지난 29일 ‘글로벌 중견 육성기업 간담회’를 직접 주재하고, “신뢰와 소통을 기반으로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포스코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이 업체들의 매출 증가를 치하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3년간 이들 4개사의 영업이익을 조사한 결과 기업의 미래 투자재원인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거나 현상유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의 관리 이후 협력사들의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KC코트렐은 매출액이 2010년 2452억원에서 지난해 3321억원으로 35% 증가하는 동안 영업이익은 232억원에서 14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그 결과 영업이익률은 9.4%에서 4.3%로 급격히 떨어졌다.
비에이치아이는 2010년 매출 1762억원에서 지난해 5021억원으로 3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년 전보다 겨우 20억여원 늘어난 25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률이 13.1%였던 회사가 포스코의 집중 관리 이후 4.9%로 줄었다.
조선내화 역시 2010년 7058억원에서 8356억원으로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0여억원 줄어든 435억원에 그쳤다. 고아정공은 2010년 1510억원이었던 매출이 1568억원으로 증가하는 동안 영업이익은 37억원에서 23억원으로 깎였다.
협력회사들이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은 철강업계 시황이 악화되자 포스코가 협력사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단가 인하를 시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철강 업계는 조선·건설 경기 하락에 따라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으며, 국제 철강 가격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포스코 측에서 납품단가를 이전보다 큰 폭으로 인하해 달라고 요구해, 납품업체들은 팔아도 남는 것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번에 거론된 협력사 4곳은 분진처리 설비, 보일러 및 압력용기 제조, 내화물 제조 부문에서 포스코와 거래 비중이 높아 철강 시황 악화에 따른 단가 인하를 비켜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매출은 주문이 증가하면 자연스레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거래상 갑(甲)의 위치에 있는 포스코가 적극적으로 이윤을 보장해야만 늘어나는 것”이라며 “영업이익은 그대로인데 매출만 늘어나는 것은 오히려 과잉 투자에 따른 위험만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철강 시황이 안 좋아 포스코의 실적도 좋지 않았다”면서 “전반적으로 업계 이익 구조가 나빠진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