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건축 디자이너의 튀는 설계와 강남의 랜드마크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초호화 복합오피스텔 ‘부띠크모나코’가 상업시설에선 임차인 이탈로 ‘공실 굴욕’을 당하고 있다.
건물 1층은 임차인이 채 정리도 하지 못하고 자리를 비워 바닥과 인테리어 가구엔 먼지만 수북이 쌓였으며, 그 옆에 문을 닫은 점포 유리에는 대문짝만 하게 걸린 ‘임대’ 현수막만 눈에 띈다.
22일 인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부띠크모나코는 1층 대부분 상가가 임대인을 찾지 못한 채 비어 있는 상태다.
부띠크모나코 인근 Y공인 관계자는 “1층 상가에 있던 크라제버거는 매장을 치우지도 못한 채 올 초 매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점포는 전용 115㎡(약 35평)로 현재 보증금 3억에 월 임대료 1800만원으로 매물에 나왔다. 권리금도 없지만, 임차인 유치에 어려움을 겪자 최근에는 임대인이 임대료를 1500만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입주 초기에는 대기업 계열 증권사가 1층 점포 두 곳을 임차해 여성특화 맞춤 지점까지 선보이기도 했다. 대기업 여성 오너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인테리어 비용만 6억원을 들일 정도로 공을 들이기도 했지만 최근 1개 점포 소유주의 문제로 경매에 넘어감에 따라 지난해 10월 이 지점은 철수했다.
해당 증권사 관계자는 “비싼 가격이 문제기도 했지만, 또 다른 지점이 가깝게 있었던 탓에 정리 차원에서 지점을 통합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점이 차지하고 있던 곳 중 한 곳은 현재 임대인을 찾고 있다. 194㎡ 규모(약 59평)인데 보증금 5억원에 월 임대료만 4000만원에 달하는 만만치않은 조건이라 임차인을 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2층에 들어서 있던 전용 214㎡(약 65평) 규모 한식당도 매장을 미처 치우지도 못한 채 자리를 비웠다.
이 건물은 강남역 9번 출구에서 불과 200m 남짓 떨어져 있어 걸어서 2분도 걸리지 않는 초 역세권 입지다. 강남역 사거리와 가까울 뿐 아니라, 맞은편에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을 마주하고 있어 배후 수요가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최고 호황기를 틈타 최고급을 지향하던 이 건물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등의 이유로 현재 상업시설에서 파리만 날리는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다.
부티끄모나코는 지하 2층~지상 27층, 총 172가구로 지어졌다. GS건설이 시공해 2008년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분양 당시부터 최고급을 지향한다는 콘셉트를 공공연하게 홍보했다. 오피스텔에는 독일제 세탁기와 이탈리아제 전자레인지를 비롯해 벽지조차 영국산으로 치장해, 국산이라고는 ‘김치냉장고’가 유일하다는 우스갯소리도 나돌았다.
내부 설계도 독특하다. 가구별로 각각 다른 49가지 평면을 선보였다. 울퉁불퉁하고 입체적인 외관에서 연상할 수 있듯, 일반적인 실내 평면은 없다. 또 지하에는 화랑을 들여 고품격을 지향했다.
오피스텔에는 샤갈, 피카소, 마그리트와 같은 유명 미술가들의 이름을 방마다 붙였다. 이들이 모두 모나코 왕국 인근 휴양지에서 머물며 예술 혼을 불태웠던 데서 착안했다.
2005년 분양 당시 분양관계자는 “갤러리를 비롯해 기존에 선보이던 부대시설과는 다른 차별화를 추구한다”며 “외국 생활 경험이 있는 고소득층이 타깃”이라고 말했다. 당시 상위 1%의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를 노린 마케팅 전략도 선보였다. 국내 상위 1% 수요층을 잡기 위해 기업 최고경영자와 문화 예술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헬퍼(Helper)’가 30여명가량 동원되기도 했다. 비싼 값에도 분양 당시 100% 계약을 마쳤다.
화랑이라는 입지가 강남 일대 지나친 분양가와 어울리지 않는 지적도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화랑과 더불어 최고급을 표방했기 때문에 임차인들 입장에서는 웬만해선 견딜 수 없는 수준의 고가 임대료가 부담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고가 주거시설에 어울리는 점포 기준이 제한돼 있다는 점도 임차인을 구하는 데 애를 먹는 이유다. 선 대표는 “상권이 좋은 것은 분명하지만, 아무 점포나 입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업종 제한에, 내수 불황까지 감안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