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는 지난 4년간 450~550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월봉 차트를 기준으로 2009년 5월부터 500선에 딱 붙어 있을 정도다. 월봉이란 각 월의 지수(주가) 움직임을 하나의 봉으로 그린 그래프다. 월봉이 500에 붙어 있다는 것은 각 월의 평균 지수가 500 안팎이었단 얘기다.
올 들어 새 정부의 중•소기업 위주 정책으로 코스닥지수가 대세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이 잇따랐다. 이에 힘입어 코스닥지수는 연초 400대 후반에서 단숨에 560까지 올랐다. 지난 9일에는 북한 도발 등의 영향으로 510선까지 주저앉았다가 재차 560으로 상승했다. 17일에는 장초반 한때 563을 웃돌았다. 이는 최근 4년래 최고치다.
지난 4년간 코스닥지수의 고점은 매번560 근처였다. 이번에는 코스닥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 대세 상승장에 진입할 수 있을까. 증시 전문가들은 크게 3가지 상황이 개선돼야 코스닥지수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① 더 다양한 업종, 기업 끌어와야
현재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20개사 중에서 ITC(IT, 통신서비스 및 콘텐츠)와 엔터, 바이오가 아닌 업종은 동서(026960)정도뿐이다. 코스닥시장 특성상 이들 3개 업종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전체 지수로서 의미를 가지려면 업종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가총액 상위기업 중엔 바이오기업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코스닥시장은 IT 부품기업이 대다수"라며 "대부분 삼성, LG의 협력사다보니 실적이 비슷하게 움직인다. 같은 IT라고 해도 완제품 업체가 나오고 다양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 다변화가 안 된다면 기업 수 자체라도 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 다른 기관투자자는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는 헬스케어 업종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은 헬스케어 비중을 늘리려고 해도 기업이 너무 적다"면서 "조금만 사도 주가가 너무 오르는 상황이어서 더 많은 기업을 상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② 보고서 나오는 기업 20%에 불과…정보 부족 심각
또 다른 문제는 정보 부족 현상이다. 증권 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닥기업의 경우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보고서가 나오는 기업이 153개사에 불과하다(투자의견이 기재되는 기업 기준). 전체의 20%에 그치는 것.
이렇다 보니 코스닥기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얘기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큰 폭의 상승 국면이 펼쳐지려면 기업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고, 실제로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돼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 코스닥시장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분석을 게을리 하다보니 실적이 예상치를 밑도는 어닝 쇼크도 자주 발생한다.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시즌 때 엔터테인먼트 1위업체 에스엠(041510), 모바일 게임업체들이 예상보다 훨씬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며 지수가 불과 나흘만에 7.4% 하락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무래도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코스닥기업을 분석할 땐 삼성전자를 분석할 때에 비해 공을 덜 들일 수밖에 없다"며 "어닝 쇼크 발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보 부족, 실적에 대한 불신의 영향으로 코스닥지수는 최근 몇 년간 실적 발표 시즌 때 급락하는 일이 많았다"고 전했다.
③ 정부 정책 뒷받침은 필수
코스닥지수가 대세 상승 국면에 접어들려면 정부의 지원은 필수다. 이익률이 조금만 높게 나와도 대기업이 바로 단기 인하 협상에 들어가려 하는 지금의 풍토로는 중•소기업들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화탁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까지 코스닥지수가 기대감만으로 움직였다면, 두번째 상승장은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발표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책 방향이 잘 잡힌다면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이상의 프리미엄을 받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