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이 이달 말 1.6L(리터)급 신차 '폴로(POLO)'를 국내에 처음 출시한다. 역대 수입 디젤차 중 최저가인 2500만원에 못 미치는 가격표를 달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수입차 중에는 2000만원 초반대도 있었지만, 통상 엔진 가격이 더 비싼 디젤차는 싸봐야 2000만원 후반대였다. 사실 배기량 기준으로 따지자면, 폴로는 현대차 i30와 동급이다. i30 디젤의 국내 판매가격은 1945만~2330만원. 폴로가 10% 이상 비싸다. 제원표상 최고출력, 최대토크도 i30가 폴로에 소폭 앞선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해치백의 효시인 '골프'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 번 국내 자동차 시장에 소형차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사장은 "차체는 작지만, 운전의 재미를 배가한 '본질에 충실한 차'가 앞으로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고 남 보기에 멋진 차를 최고로 치던 한국 소비자들이 변했다는 얘기다.

국내에 첫선을 보일 폴로는 지난해 독일에서 골프와 파사트에 이어 판매 3위를 기록하며 소형차 돌풍을 일으켰다. 국내에는 4기통 1.6 TDI 디젤 엔진에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SG)를 맞물린 모델이 출시된다. 뛰어난 민첩성, 동급 최고 수준인 18.3㎞/L의 연료 효율성(도심 16.4㎞/L, 고속도로 21.3㎞/L)이 장점으로 꼽힌다. 작은 차지만, 고성능 모터 스포츠카의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범퍼와 문짝 스커트 라인, 운전대에 데코레이션을 덧댄 'R라인' 패키지도 출시된다.

작은 것에 큰 가치

제일기획이 지난해 우리나라 5대 도시에 거주하는 13~59세 남녀 3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봤다. '2012 대한민국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보고서'에 따르면, '먼 훗날의 행복보다는 현재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문항에 응답자 중 48.9%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저축을 위해 힘들게 살기보다는 즐기기 위해 돈을 쓰는 편이다'라는 문항에도 31.1%가 긍정했으며,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제품은 구매가 꺼려진다'라고 답한 이들은 40.2%에 달했다. 장기 불황의 여파로 소비심리가 침체해 있지만, 제한된 예산으로 쓸 때는 '작은 사치'를 즐기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변화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국내 수입차 시장이다. 지난해 수입 신차가 사상 최대로 판매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9.4% 늘어났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배기량 2.0L 미만 차량의 판매량이 전체의 53.6%로, 절반을 넘는다는 점이다. 작은 것에 큰 가치를 담은 '프리미엄 미니'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폴크스바겐은 골프보다 작은 폴로, 벤츠는 A클래스로 젊은층 공략

고급차의 대명사, 메르세데스-벤츠도 소형 다목적차인 'B클래스'를 지난해 국내에 출시한 데 이어, 올해는 역대 가장 작은 세단인 'A클래스'와 소형 럭셔리 쿠페인 'CLA 클래스'를 잇달아 내놓는다. 3종 모두 전륜구동 소형차 플랫폼에서 탄생한 형제들이다. A클래스는 지난해 가을 유럽에서 출시된 후 6개월 만에 9만여대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운 외관 디자인은 유지하면서도 실내를 최대한 간결하게 다듬고, 민첩한 운전 감각은 배가했다. 국내에서도 3000만원대에 나온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올 하반기 출시할 3000만원대 소형 세단 A클래스.

CLA 클래스는 '베이비 CLS'라는 별칭이 붙었다. 대형 쿠페인 CLS의 축소판이라는 뜻이다. 화려한 전면부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국내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출시될 예정이다. 최근 이탈리아 피아트도 소형차 '500(친퀘첸토)'을 필두로 국내에 재진출한 데 이어, 프랑스 푸조는 소형 해치백 208 GTi를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국산차들도 소형차에 편의기능을 강화하면서 방어에 나섰다. 현대차는 아반떼 차체를 쿠페형으로 손질하고 2.0L 엔진을 넣은 '고성능 아반떼'인 아반떼 쿠페를 최근 추가했다. 최고가격이 1995만원에 달하지만, 범퍼 색깔을 투톤으로 하고 리어 스포일러(트렁크 윗부분에 다는 날개 모양의 패널)도 달아 이색적인 맛을 냈다. 기본형 아반떼보다 몇 백만원 더 들여 특별한 기분을 내고 싶은 젊은층을 공략한 것이다. 기아차도 K3 밸류-업(Value-up) 모델을 내놨다. 인조가죽 시트, 버튼 시동 스마트키, 고급형 클러스터, 도어 손잡이 조명 등 고객들이 좋아하는 기능을 기본으로 적용하고 가격을 1788만원에 책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