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견이 반영된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일감 몰아주기뿐 아니라 '일감 떼어주기'에 대한 규제가 포함돼있다. 일감 떼어주기란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이 맡고 있던 '알짜 사업'을 총수 일가 등 특수 관계인이 지분을 가진 회사로 넘기는 것을 말한다.
개정안에는 "회사에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특수 관계인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일감 몰아주기처럼 처벌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정부 관계자는 "어떤 계열사가 하던 사업을 총수 일가가 세운 회사로 이관하면 일감 몰아주기처럼 보겠다는 뜻"이라며 "계열사 간 거래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를 떼어 줬다는 자체가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 규정이 현실화하면 재벌의 편법 상속이 어렵게 된다. 지금까지 오너 2·3세들이 대주주인 회사에 돈이 되는 사업을 넘겨줘 재산을 증식시키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를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처벌을 피하려면 업무를 이관받는 회사에 총수 일가 지분이 거의 없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남의 회사에 관련 업무를 넘기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강력한 처벌 규정도 두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개정안에는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하거나 유도·관여한 재벌 총수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특히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을 때는, 지시 등의 증거가 없어도 총수를 처벌할 수 있다.
이 같은 처벌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 관계자는 "공정위가 마음만 먹으면 모든 재벌 총수를 징역형에 처하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떼어주기
대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일이 있을 때 계열사에 발주를 몰아주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다. 반면 대기업이 하던 사업의 일부를 분리해 총수일가가 지분을 가진 회사에 넘겨주는 것은 일감 떼어주기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현대모비스에 부품 발주를 몰아주면 일감몰아주기, 직접 해왔던 자동차 운반 업무를 글로비스로 이관하면 일감 떼어주기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