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원칙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하고 처벌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금은 계열사 간 거래 가운데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처럼 '현저하게 유리한' 조건의 거래만 일감 몰아주기로 보고, 일감을 몰아준 기업에 대해서만 관련 매출액의 최대 2~5%를 과징금으로 물리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재벌(상호출자 제한 집단) 계열사 간 거래는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곤 기본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하고, 일감을 몰아준 기업뿐만 아니라 일감을 몰아받은 기업에도 관련 매출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물리기로 했다.
14일 본지가 입수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법률안심사소위원회 심사 자료'에 따르면, 국회와 정부는 재벌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 세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세 가지 예외란 ①계열사 외에는 필요한 부품을 만들지 않을 때 ②계열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납품받는 것이 더 비쌀 때 ③경쟁 입찰에 부친 결과 계열사의 납품 조건이 가장 좋을 때 등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계열사 간 거래를 일단 합법으로 인정한 후 부당한 거래만 찾아 일감 몰아주기로 처벌하는 반면, 개정안은 재벌의 계열사 간 거래를 일단 부당한 것으로 보고 일부 예외만 인정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개정안은 새누리당 이만우·이종훈 의원, 민주통합당 민병두·김기식 의원 등 여야 의원 7명이 각자 제출한 의원 입법안을 합친 것으로, 정부(공정위) 입장도 반영돼있기 때문에 국회 통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정무위에서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원은 김용태(새누리당) 의원 등 소수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현행 개정안이 통과되면 계열사 간 내부 거래가 거의 불가능해진다"며 "결국 처벌을 피하려면 분리했던 계열사를 다시 합병하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