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일했고,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임명됐으니 낙하산은 맞다. 문제는 성공하는 낙하산이냐, 실패하는 낙하산이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 출신인 홍기택(61·사진) 산은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7일 본지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자신이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임을 솔직히 인정하는 대신 "잘하겠다"는 다짐으로 이해를 구하려 했다.

―금융위에서는 산은 회장과 산업은행 행장 분리설이 나온다.

"전임 강만수 회장도 그랬고,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는 것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수 출신이라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인데 내 생각은 다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 생각에 동의할 것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누구를 말하나?

"권오규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요즘 말로 '절친'이다. 경기 중·고 때 단짝이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권 전 장관이 아끼는 후배라 조 수석과도 잘 알고 지낸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이 모두 경기고 67회 동기로 친구다."

―금융 관련 경험이 일천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강대 상경 계열 수석 졸업자로 무시험으로 한국은행에 입사해 1년 반 정도 일하다 유학을 갔다. 1984년부터 중앙대 교수로 있지만, 증권사, 카드회사 등에서 사외이사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동양증권 사외이사를 2001년부터 9년간 했고, 삼성카드에서도 2002년부터 9년간 했다. 한국투자공사(KIC)운영위원도 3년간 지냈다. 국제 투자의 현실을 배웠다. 농협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대 동기(71학번)인데, 인연은?

“박 대통령이 2008년부터 여러 분야의 공부를 하면서 교수들을 만났다. 이른바 ‘5인 공부 모임’의 멤버는 아니었다. 공부 모임이 확대되면서 참여했다. 2008년 5월쯤부터 2010년 말까지 교수와 관료 출신 등 20명 정도가 박 대통령의 공부 모임에 참여했다. 20번 정도 모임이 있었던 것 같다.”

―야당에서는 금산 분리 완화를 주장한 적이 있어 금산 분리 강화를 추진하는 현 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내가 2007년 말에 쓴 글을 문제 삼는 모양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오기 전의 상황에서 쓴 글이다. 우리나라 은행을 외국계 펀드 등이 사가는데, 수익을 많이 내서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제조업 대기업들에 기회를 주는 것을 조심스럽게 검토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금융의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은 금산 분리 강화에 찬성한다.”

―정부는 산은 민영화를 중단하고 정책 금융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산은 민영화법은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에는 미국처럼 대형 투자은행(IB)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나도 그런 생각을 가졌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뒤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구조조정 등을 위해 정책 금융의 역할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정부의 산은 민영화 중단 방침에 동의한다.”

―산은이 그동안 다이렉트 뱅킹 등으로 소매 금융 영역을 넓혔다. 계속 추진할 것인가.

“그동안 민영화 준비를 위해 대대적인 수신 확대 등을 하면서 너무 공격적이었던 측면도 있다. 민간 은행들이 ‘국책 은행이 불공정한 게임을 한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감사원에서도 최근 문제점을 지적했다. 소매 금융을 안 할 수는 없지만, 정책 금융을 위주로 한다는 기본 입장을 세우겠다.”

홍 내정자는 인수위원 시절 기자들에게 귤을 나눠주다 신분이 들키자 “홍기택이 누군데요?”라고 반문하며 시치미를 떼고, 취재진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맑은 날씨에 우산을 쓰고 출근하는 기행(奇行)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인수위원 시절 왜 그런 기행을 했나?

“당시 집에 귤이 좀 있어서 인수위 사람들하고 나눠 먹으려고 비닐봉지에 넣어갔는데 기자들이 고생하는 게 보여서 나눠줬다. 어떤 기자가 ‘혹시 홍 교수님 아니시냐’고 해서 다른 기자들이 알아보면 시끄러울까 봐 ‘홍기택이 누군데요’라고 한 건데 소문이 이상하게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