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의 신한은행 전산센터 서버(전산망과 연결된 대형 컴퓨터)가 20일 오후 2시 14분 다운됐다. 1분도 지나지 않아 신한은행의 전국 지점은 마비됐다. 자동화기기(ATM, CD) 이용도 전면 중단됐다.
이날 오후 신한은행 세종로 지점을 찾은 고객 김모(41)씨는 "대기 번호가 줄어들지 않아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휴대전화로 '주요 전산망 다운'이라는 속보가 떠서 사정을 알게 됐다"면서 "은행이면 보안이 철저할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허술하게 보안망이 뚫리는데 북한이 핵 공격이라도 하면 막아낼 방법이 있겠느냐"면서 "아무래도 불안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전산망은 1시간30여분 뒤인 오후 3시 50분 복구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거래 원장이나 개인 정보 유출 등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전산망 마비로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을 것으로 보고 이날 영업시간을 오후 6시까지 늘렸다. 신한은행 전산 관계자는 "서버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가운데 하나에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오류가 발생한 이유, 보안 프로그램이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도 이날 오후 2시 15분 농협은행·농협생명보험·농협손해보험의 본점과 지점의 일부 직원용 PC와 농협은행 ATM에서 장애가 발생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일부 직원의 PC가 작동되지 않거나 일부 파일이 삭제되는 등의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지점(1181개) 가운데 410여개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오후 3시 10분 전산망 마비 등의 추가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창구 직원의 PC·ATM 등을 랜선과 분리하도록 지시, 인터넷 뱅킹은 정상 운영됐지만 지점 영업은 중단됐다. 이날 농협 지점을 찾았던 한 고객은 "재작년에도 전산망이 마비되더니 농협이 또 이런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농협금융은 이날 오후 4시 20분 정상 영업에 들어갔고 오후 6시까지 영업시간을 연장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은행 등 농협금융지주의 계열사들은 농협중앙회의 전산망을 사용하고 있는데, 전산망의 메인 서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예방 차원에서 지점들과 서버의 연결을 끊도록 하고 영업을 중단시켰던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은행도 이날 오후 2시 15분 일부 지점의 PC에서 파일 삭제 현상 등이 발생, 전국 34개 지점 가운데 24개 지점이 영업을 중단했다. 제주은행은 신한은행과 함께 신한금융지주의 계열사다. 제주은행도 이날 오후 6시까지 영업을 연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