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는 어느 상권(商圈)이 뜨고 있을까. 장사가 잘되는 곳을 찾는 상인들이 몰리면 임대료가 오르기 마련.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지난해 4분기 상권별 평균 환산 임대료 조사에서 명동과 이대, 종로5가 일대가 3~6% 올라 저력을 과시했다. 반면 영등포 권역(여의도·영등포역·영등포시장·영등포구청)은 일제히 하락했다. 강남에서도 강남역과 교대역은 오르고, 선릉역과 신사동은 내리는 등 희비(喜悲)가 엇갈렸다.

부동산114리서치센터가 집계한 2012년 4분기(9~12월) 상권 환산 임대료 시세에 따르면 이대 상권은 4분기 ㎡당 월 임대료가 평균 6만3300원으로 전 분기(6만100원)와 비교하면 5% 상승했다. 환산 임대료는 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하고 월세와 관리비를 합한 금액. 환산 임대료를 기준으로 하면 보증금 수준에 관계없이 월세만으로 임대료 수준을 비교할 수 있다. 이대 앞에서 33㎡ 점포를 빌리려면 월평균 200만원 이상 월세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명동은 ㎡당 11만9800원에서 12만3200원(3%), 종로5가는 3만9700원에서 4만2000원(6%)으로 각각 뛰었다.

조사 대상 주요 상권 24곳 중 9곳만 임대료가 올라 상가 시장 역시 아직 회복세기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와 더불어 신촌 부근도 ㎡당 3만9900원에서 4만1800원으로 상승했다. 부동산114리서치센터 장용훈 연구원은 "신촌에서 이대로 이어지는 연계 상권은 최근 신촌 중심으로 유니클로, 갭, 에잇세컨즈 등 젊은 의류 전문 브랜드가 잇따라 입점하면서 유동층을 흡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촌을 벗어나 고풍스러운 뒷골목 문화를 일궈가던 홍대 상권은 같은 기간 평균 임대료가 ㎡당 3만3200원에서 3만1900원, 합정은 3만2500원에서 3만1500원으로 떨어져 주춤하고 있다. 장 연구원은 "홍대 상권도 대로변 상가는 여전히 임대료가 높지만 이면도로변 점포 중심으로 임대료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강남역 상권은 2007년 고점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1년 신분당선 개통을 계기로 재기에 성공, 지난해 4분기 ㎡당 3만4100원으로 전 분기보다 1000원 올랐다. 지금 흐름을 감안하면 2013년 말이나 2014년 초쯤 과거 최고점에 다시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심부 상권은 명동을 제외하면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종각이 지난 4분기 -4.1%, 광화문은 -2.5% 등을 기록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높은 권리금 요구가 겹치면서 임차인들이 기피하는 상황이다.

외곽 지역 중에서는 청량리역 6.5%(㎡당 2만4000원), 노량진 9.3%(2만8700원), 중계동 은행사거리 6.6%(2만6300원) 등이 임대료가 올랐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2011년 3분기(3만5100원) 이후 5분기 연속 상승해 4만1500원을 기록했다. 중구는 지난해 2분기 3만9800원에서 4분기 3만3000원으로 17% 떨어졌다. 임대 수익률은 서대문 5.86%, 중구 5.17%, 마포 4.80% 순으로 높았고 강남 3.40%, 서초 2.50%, 종로 3.89% 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국적으로는 주요 시·도 중 상가 임대료가 오른 곳은 서울(1.2%)과 대전(5.3%)뿐이었다. 대전은 세종시 입주 효과를 타고 임대료가 상승 곡선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