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두가격 하락하자, 이젠 "임대료·인건비·물류비 때문에 가격 못 내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들이 최근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국내 커피 가격은 내리지 않아,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원두 가격이 상승할 때는 커피 전문점들이 곧바로 커피 판매가격을 올려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비자들은 커피 전문점들이 과거 원재료 가격 인상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렸으므로,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면 제품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커피 원두 생산량의 최대 70%를 차지하는 고급 품종인 아라비카 품종의 최근 거래 가격은 원두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1년 5월 이후 50% 이상 하락했다. 아라비카 가격은 이달 15일 기준으로 영국 런던 선물거래소에서 파운드당 1.3965달러로 지난 2년6개월 사이 최저 수준이다.

그래픽=박종규

저가 품종인 로부스타도 2011년 5월 이후 값이 22% 떨어지면서 19일 장중 톤(t)당 2056달러에 거래됐다.

여기에 최근 원·달러환율이 하락, 원두 수입가격을 원화로 환산하면 가격 하락폭은 더욱 커진다. 2012년 말 원·달러 환율은 2011년보다 80원 이상 하락하며 1100원을 아래로 떨어졌다. 환율이 하락하면 원두를 수입하는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들은 환율이 높았을 때보다 같은 품종과 양의 커피원두를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수입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들은 지난해 5월 이후 오히려 커피 가격을 잇따라 인상했다. 국제 원두 가격이 하락한 것과 정반대로 가격을 올린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지난해 6월) 비롯해 커피빈(7월), 투썸플레이스(8월), 할리스커피(9월), 엔제리너스 커피(10월) 등은 작은 사이즈 기준으로 지난해 가격을 모두 300원씩 올렸다.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 톨(355mL)사이즈 가격을 3600원에서 3900원으로, 커피빈은 스몰(340mL) 제품 가격을 4000원에서 4300원으로, 투썸플레이스는 레귤러(354mL) 가격을 3800원에서 4100원으로, 할리스커피는 레귤라 384mL 제품을 3600원에서 3900원으로, 엔제리너스는 숏(325ml) 사이즈 가격을 3600원에서 3900원으로 조정했다.

특히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 톨사이즈 가격을 2011년 3300이던 커피 가격을 3600원으로 한 차례 인상했던 것을 고려하면 2년 사이에 총 18.2%나 올린 셈이다.

탐앤탐스도 2011년 8월 아메리카노 톨(3300mL)사이즈 가격을 3300원에서 3600원으로 300원 인상했다.

국내 커피전문점들이 원두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커피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은 미국 업체들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커피 판매업체들은 원두가격 하락을 반영해 이미 커피 가격을 내리고 있다. 미국 가정용 식품업체인 스머커는 최근 자국에서 판매하는 포장 커피 가격을 평균 6% 내렸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점들은 임대료와 인건비·물류비가 올라 커피 가격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탐앤탐스 관계자는 “원두 가격이 지난해 봄 이후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매장 임대료와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인상한 커피 가격을 다시 내리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