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과 대상 등 식품 독과점 업체들이 설 직후 또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했다. 일부 업체는 작년 이익이 크게 늘었는데도 가격을 올려, 소비자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른 식품업체들의 도미노식 가격 인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샘표식품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간장 제품 값을 15일부터 평균 9.9% 올렸다. 930mL짜리 '양조간장 501'은 5810원에서 6400원으로, 930mL짜리 '진간장 금F3'는 4800원에서 5200원으로 인상됐다.

대상은 오는 18일부터 대부분 제품 가격을 올린다. 청정원 순창고추장(2㎏)은 1만9850원에서 2만1700원으로, 순창재래식된장(1㎏)은 5730원에서 5900원으로, 청정원 진간장(1.7L)은 7200원에서 7800원으로 각각 오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상을 자제하고 있었던 식품업체들도 있었는데, 이제 다들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미노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식품업체들은 작년 12월 대선 직후 권력 공백을 틈타 줄줄이 값을 올렸다가, 정부가 설 물가를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뒤에는 잠잠했다. 이제 설이 끝나자 본격적인 인상 러시를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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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크게 늘어도 가격 올려

샘표식품과 대상은 특히 작년에 이익이 크게 늘었는데도 제품 값을 올렸다. 샘표식품은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의 두 배로 증가했고, 순이익은 67.8% 늘었다. 대상도 작년 영업이익이 14.7%, 순이익은 33.3% 늘었다.

이렇게 수익성이 좋아졌는데도 샘표식품 측은 "작년 말부터 원재료비가 올랐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대상 관계자는 "작년에 이익 증가는 식품이 아니라 사료 부문에서 주로 나왔다"며 "식품은 원료 값이 올라 인상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든 가격 인상을 통해 이익을 더 늘리겠다는 점은 분명하다. 소비자 부담도 그만큼 더 커진다.

식품업계 독과점 구조 탓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은 식품업체들이 독과점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간장시장은 샘표식품이 점유율 50.5%, 대상은 22.6%를 차지하고 있다. 고추장류 시장점유율도 CJ제일제당이 53.3%, 대상이 44.5%다.

더군다나 간장과 고추장은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필수 식품이므로, 수요가 일정하다. 식품업체가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면서 폭리를 취해도, 소비자는 살 수밖에 없다. 간장과 고추장은 한국 음식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식당의 밥값도 밀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식당 음식 값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밀가루도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걸쳐 6~9%씩 가격이 올랐다.

박 당선인 지적에 TF팀 꾸렸지만…

가격을 올린 시점은 미묘하다. 줄줄이 가격이 올라가기 하루 전인 14일, 정부는 물가 유통구조 정착을 위한 '유통구조 개선 특별팀'을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기획재정부, 농촌경제연구원, 대형마트, 소비자단체 등 18개 기관에서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식품 유통구조가 왜곡돼 있다"고 지적한 것이 특별팀(태스크포스·TF)이 만들어진 계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특별팀이 구성되고 제대로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앞으로 박근혜 정권에서도 가격은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고 본다"며 "정부에 혼나더라도 일단 가격을 인상해 놓는 것이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측은 "특별팀을 통해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