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 직원이 회사의 과도한 업무 부담과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글을 사내게시판에 남기고 퇴사했습니다. 이 글은 사내게시판뿐 아니라 증권가 메신저를 타고 전파되며 여의도 증권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증권사 직원의 돌직구(직설적이면서도 정확한 지적을 뜻함)”라는 찬사(?)를 얻고 있습니다.
A증권사 지방지점의 대리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직원은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이 직원이 지적한 문제점은 열 손가락을 모두 사용해도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답이 없는 회의진행,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회의, 260명이라는 자식(직원)을 떠나보내며 위로의 말 한마디 없는 회사, 직원이 줄고 있음에도 줄어들지 않는 임원, 급여삭감에 대한 압박, 실적인정 기준의 변화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목됐습니다.
그는 "회사는 고객들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며 "직원도 고객이다. 이런 회사 분위기에서 직원들이 다른 곳에 가서 자랑스럽게 우리 회사와 거래를 하라고 가족들에게 권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이 회사를 퇴사한 260명의 직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는 "퇴사한 직원들이 다시 고객으로 찾아올 수 있겠느냐"며 "그 직원들은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에 대한 추억과 아련함보다는 증오만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과도한 업무 부담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놨습니다. 그는 "저녁 9시까지 회의가 계속되지만, 실질적으로는 5시에 퇴근하던 예전보다 실적이 좋아진 것은 없다"며 "마른행주도 계속 쥐어짜면 찢어진다. 직원들의 상반기 실적 목표 배분액은 어마어마하다"고 말했습니다.
3500자에 이르는 긴 글은 직원이 행복하지 않은 이윤 추구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직원은 "직원들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우리 회사와의 거래를 권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 신뢰의 회사로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고 호소합니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다른 증권사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업무가 늘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업무 영역을 갖고 있던 증권사가 합쳐지면서 직원 개개인이 맡아야 할 업무도 많아진 것입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런 문제가 비단 A증권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해 증권업계가 모두 불황을 겪으면서 인력은 줄고 업무는 많아졌습니다. 지금까지의 영업방식으로는 더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증권사마다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많아졌습니다. 이 글을 받은 한 소형 증권사의 대리는 "주어를 나로 바꿔 읽으니 그냥 내 이야기 같았다. 증권업계는 오로지 돈으로만 말하는 곳이라 요즘처럼 힘들 때는 분위기가 더욱 냉랭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