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부(富)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부동산 활황기때 가격이 많이 올랐던 강남구 아파트들의 거품이 크게 빠지면서 무게중심이 서초·용산·성동구 등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구엔 낡은 아파트가 많은 데다, 실제 주거보다는 임대 위주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당분간 가격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부동산 불황이 바꾼 판도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향해 치닫던 2006년.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상위 20위는 모두 강남구 차지였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의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6년말 당시 서울 최고가 아파트는 53억6000만원에 거래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333.8㎡였다. 2위는 50억원에 거래된 타워팰리스 3차 340.4㎡였고, 3위는 49억2000만원에 거래된 도곡동 힐데스 하임 661.1㎡였다.
2006년은 강남구 내에서도 특히 도곡동과 삼성동을 중심으로 부의 집중이 이뤄졌다. 상위권 10곳 중 가운데 7곳이 도곡동이었고 삼성동이 2곳이었다.
6년이 지난 2012년 아파트 부의 지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지속되는 부동산 불황 탓에 가격 거품이 심했던 강남구 일대 아파트 값이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면서 인근 서초·용산·성동구 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성동구 성수동 1가의 ‘갤러리아 포레’ 370.2㎡의 경우 지난해 54억9913만원에 거래돼 실거래가가 가장 비싼 아파트에 이름을 올리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갤러리아 포레는 10위권 가운데 6개나 차지했다.
용산구의 경우 이촌동 한강자이 307.4㎡가 35억2500만원에 거래되면서 4위에 들었고, 서초구는 반포동 일대 ‘래미안 퍼스티지’와 ‘반포 자이’ 등 재건축 단지가 새로운 고급 주거단지로 형성되면서 20위권 단지 가운데 10개 단지가 이름을 올렸다.
최고가 아파트의 수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는 최고가 자리를 양보했다. 삼성동 아이파크 241.3㎡는 39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3위에 들었다.
갤러리아 포레를 제외 할 경우 서초구 아파트 단지도 순위권에서 도드라졌다. 반포동 일대 ‘래미안 퍼스티지’와 ‘반포 자이’ 등 재건축 단지가 새로운 고급 주거단지로 형성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 불황에 거품 꺼진 강남구…당분간 순위 변동 계속될 듯
강남권 아파트들의 지각 변동과 관련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장기화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06년에는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면서 도곡동 일대 가격이 요동쳤었다”며 “당시 지나쳤던 거품이 부동산 불경기에 꺼지면서 지형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함영진 팀장은 “3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하락기 여파로 부동산 부가 집중됐던 강남 아파트의 하락폭이 큰 모습”이라며 “특히 강남권 고가 주상복합과 재건축 아파트가 시장변동에 따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가격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는 노후 아파트가 많고 상대적으로 인근 지역보다 주거 환경이 나쁜 점도 한가지 이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 노후 아파트(1990년 이전 입주) 비중은 44%로, 서울 지역 평균 19%의 2.32배다. 서초구는 2.21배, 송파구는 2.16배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경기 불황여파로 강남 고가 아파트 역시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되면서 실거래가가 많이 빠진 상황"이라며 "주거 환경이 재건축을 마친 서초구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 많기 때문에, 강남구 아파트의 가격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