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롯데주류 강릉공장은 지하 200m에서 끌어올린 천연암반수를 지역 시민들이 자유롭게 마실 수 있도록 샘터를 만들어 무상 공급하고 있다.

신년회 등 회식자리에서 소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람마다 선호하는 소주 종류도 다르다. 같은 술자리에서도 ‘입에 맞지 않는다’며 서로 다른 소주를 마시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국내서 시판되는 소주는 대부분 같은 주정을 사용하지만 회사에 따라 술맛이 다르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주는 주정과 물, 첨가물로 만들어지는데, 이 중 소주 원재료의 80%를 차지하는 물이 술 맛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이유로 거의 모든 소주업체는 국내 최고의 물을 사용했다는 점을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모델을 ‘부드러운 소주 처음처럼’의 이미지를 구축했던 ‘이효리’에서 현아·구하라·효린 등 3인방으로 교체하는 동시에 ‘천연암반수’를 사용했다는 점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처음처럼 초기 부드러운 소주라는 트렌드를 만들어 소주 업계 마케팅을 주도한 데 이어 좋은 물을 사용한 소주라는 사실을 활용해 입지를 굳혀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롯데주류 강릉공장은 강원도 청정지역의 지하 200m에서 끌어올린 천연암반수를 사용한다. 이곳의 물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롯데주류는 이런 점을 고려, 지역 시민들이 지하에서 끌어올린 물을 자유롭게 마실 수 있도록 샘터를 만들어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 결과 연간 평균 1만5000여명이 강릉공장 물을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한라산 소주’는 바다와 깊은 지하에서 끌어올린 100퍼센트 알칼리성 천연암반수를 사용한다. 또 충북소주의 ‘시원한 청풍’도 세계 3대 광천수 중 하나인 초정의 천연암반수를 사용한다. 천연 유기농 메이플시럽을 함유한 보해 ‘잎새주’는 전남 장성 지역의 지하 253미터에서 퍼올린 천연암반수로 제조된다. 산소특허공법을 내세운 선양의 ‘o2 린’은 지하 92미터 암반수를 이용한다.

대선주조의 ‘즐거워예’는 최근 광고 방향을 수돗물을 섞지 않은 ‘천연암반수 100%로 만든 즐거워예’로 바꿔 물이 좋다는 점을 알리고 나섰다. 즐거워예는 수질 좋기로 유명한 백두대간의 끝자락 부산 기장 삼방산 지하 220m에서 뽑아 올린 천연암반수를 사용한다.

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물과 관련된 허위광고를 했다가 정부의 시정명령을 받은 기업도 있다. 대구·경북의 간판 소주 생산 기업 금복주는 2010년 암반수와 수돗물을 혼합해 ‘참소주’를 만들어 놓고서도 ‘100퍼센트 천연암반수’라고 표시해 판매해 온 것이 들통나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지리산 천연암반수를 원수로 사용한다고 광고했던 무학의 ‘좋은데이’도 2010년부터 2011년 사이에 생산된 일부 소주에 지리산 천연암반수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무학은 최근 ‘지리산 산청 암반수를 담은 물 좋은 소주, 좋은데이’로 다시 좋은 물맛으로 마케팅 행보를 시작했다.

대다수의 기업이 자사 소주 제품에 사용된 물의 출처를 활용해 마케팅을 하는 것과 달리 제조 과정만 밝히는 기업도 있다.

국내 소주시장 부동의 1위인 ‘참이슬’은 제조 과정에서 대나무 활성 숯 자연주의 정제공법으로 깨끗함을 완성했다는 내용을 강조한다. 보배의 ‘하이트소주’도 100% 이온수를 사용해 불순물과 잡맛을 제거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서민 술인 소주는 다른 술 종류보다 광고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며 “하지만 좋은 물이 소주의 맛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좋은 물을 사용했다는 점을 통해 제품 이미지를 높이려는 기업 간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