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정체인데 관리비는 계속 늘어나요. 하이트진로가 지방 영업을 더 강하게 한다고 해서 새해부터 비상입니다. 영업 인력을 늘릴 여력도 없는데…."(지방 소주사 관계자)
지방 소주 업체들이 매서운 겨울을 나고 있다. 경남을 거점으로 한 무학을 제외하면 대부분 업체들이 시장점유율 감소 내지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 대형 주류회사가 지방 영업을 강화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소주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지방 소주 업계가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주 시장 성숙기… 중위권 소주 점유율 일제히 하락
한국주류산업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소주 누적 출고량은 전년보다 3% 증가했다. 반면 8개 주요 지방 소주 회사 가운데 4개 회사는 출고량이 감소했다. 2개 업체는 정체 수준이었다.
특히 중위권 업체들의 점유율은 하락세가 이어진다. 시장 2위 자리를 무학에 내준 금복주는 작년에도 출고량이 감소했다. 대선주조와 보해는 2011년 오너까지 바뀌었지만 점유율 하락을 막지 못했다. 대선주조의 경우 전년 대비 두 자리 폭으로 감소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지방 소주 시장은 전에 없던 호황이었다. 전체 술 시장에서 소주의 비중은 2000년대 초반부터 크게 증가했다. 알코올 도수를 낮춘 저도주가 등장하고, 업체가 다양한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여성층으로 소비자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칠레·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으로 수입산 와인·맥주의 가격이 낮아지고 소비자가 늘자 소주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한국주류연구원 조성기 본부장은 '소주제조업의 미래전략 연구' 보고서에서 "소주 출하량, 1인당 알코올 소비량 추세로 볼 때 소주 제조업은 성숙기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료비는 오르고, 지방 소주사들이 소주 이름을 바꾸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한 지방 소주사 관계자는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지방 소주사들이 연구개발 투자, 운영비 절감 등 노력을 소홀히 한 채 연예인 모델을 써서 광고에 열을 올렸던 것도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 주류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하이트진로가 충청권에서 영업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점유율 1%대인 하위권 업체들의 경우 한라산을 제외한 충북소주, 보배는 각각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에 넘어간 상태다.
◇무학 나 홀로 약진… 2위 롯데주류 턱밑까지
지방 소주 시장에서 무학은 나 홀로 성장세다. 시장점유율은 2007년 7%대에서 작년 13.7%까지 급성장했다. 2위인 롯데주류와 불과 1.5%포인트 차이다. 무학은 시장 점유율 확대의 비결로, 신제품에 대한 투자와 적극적인 시장 확대 전략을 꼽는다.
무학은 '화이트'(23도·1995년), '좋은데이'(16.9도·2007년) 등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내놓으며 여성 소비자를 공략했다. 최근에는 서울 사무소에 특별 지시를 내렸다. "사무소 인근 식당과 술집에 소주를 공급해 보고 결과를 보고하라." 서울 사무소가 생긴 지는 20년이 넘었지만 주로 대형마트 같은 거래처를 관리했을 뿐 이렇게 영업을 한 적은 없었다. 이종수 상무는 "창원 신(新)공장이 올 1분기 안에 가동되면 생산량이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며 "수도권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