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회식을 하려야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이번 달부터 세종시 근무를 시작한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공무원들에게 "세종시로 옮긴 후 뭐가 가장 달라졌느냐?"고 물으면 의외로 이런 대답을 많이 합니다.

세종시는 아직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허허벌판에 우뚝 솟은 타워크레인과 공사 현장에서 풀풀 날리는 먼지, 버스·택시 등 교통수단의 부족으로 인한 출퇴근 애로, 2부제로 운영되는 구내식당 등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들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것들입니다. 이에 비해 회식문화의 실종은 공무원들도 미처 예상 못한 돌발 변수입니다. 기획재정부 한 사무관은 "과천에선 일주일에 한두 번은 회식을 했는데 세종시로 내려온 후에는 한 번도 못했다"고 하더군요.

회식이 사라진 이유는 주변에 마땅한 식당이 없는 데다, 회식을 주재할 국장·과장급들이 대부분 서울에서 출퇴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 한 사무관은 "청사 부근엔 아예 10명 이상을 수용할 만한 방을 갖춘 식당이 없기 때문에 술 한잔 하려면 2만~3만원씩 택시비를 내고 조치원이나 대전 유성구로 나가야 한다"면서 "국장·과장급들이 오후 6~7시엔 통근버스를 타고 서울로 퇴근하기 때문에 회식비를 계산해줄 사람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과장들도 회식의 부재가 아쉽긴 마찬가지입니다. 한 국장급 간부는 "야근하는 후배들 남겨놓고 혼자 서울로 퇴근하려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습니다.

송년회 시즌인 연말을 맞아 세종시 공무원들은 아쉬운 대로 점심 송년회를 갖고 있습니다. 한 1급 간부는 "한 해 동안 고생한 직원들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잘 곳도 없는데 저녁 송년회를 가질 수도 없어 궁여지책으로 점심 송년회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시가 언제쯤이면 공무원들이 야근을 마치고 소주잔을 기울일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도시'로 거듭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