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大選)을 앞두고 최근 공기업·공공기관 감사(監事) 자리에 청와대 출신 등이 대거 선임돼 '낙하산 인사'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로 임명된 감사들의 해당 분야 전문성도 떨어져 내부 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현상은 주로 경제 관련 공공기관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지난 10일 유현국 전 대통령실 정보분석비서관을 신임 감사로 임명했다. 한국감정원은 6일 유정권 전 대통령실 경호처 군사관리관을 상임 감사위원에 임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10일 대통령실 서민정책비서관을 지낸 박병옥씨를 감사로 선임했다. 이달에만 청와대 출신 인사 세 명이 감사 자리에 임명된 것이다.
앞서 이 정부 들어 총리실 비서관을 지낸 한종태 전 국회 대변인도 지난달 한국전기안전공사 상임 감사로 부임했다. 내년 1월 감사 임기가 마무리되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전력공사에도 정치권 출신 인사가 배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내부에선 "정권 말 측근들을 위한 자리 챙겨주기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정권 말에 공공기관 감사 자리가 잇따라 바뀌고 있는 것은 2010년 말~2011년 초 임명됐던 감사들의 임기(2년)가 끝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공기업·공공기관의 CEO와 감사를 대거 바꿨다. 감사 임기가 두 차례 지나면서 정권 말에 인사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해당 분야 전문성이 떨어지는데도 정권 측근 인사들이 선임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무 연관성이 없는 부처 출신 공무원이나 군·경 출신들도 여러 곳에서 감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에너지관리공단 감사로 온 이규태 전 한국IT비즈니스진흥협회 상근 부회장은 정보통신부 공무원 출신으로 에너지 분야 경력이 전혀 없다. 지난 8월엔 이성호 전 국방대총장이 한국가스공사 상임 감사로, 손창완 전 경찰대학장이 코레일 상임 감사위원으로 부임한 바 있다.
공기업 감사 자리에 측근 인사들이 대거 몰리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건 자리 성격과도 무관치 않다. 공기업 감사는 법인 재산 관리나 업무 비리를 감시하는 자리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권한은 많고 대우도 잘 받지만, 문제가 생겨도 실제로 책임지는 일이 거의 없는 자리"라며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자리가 공기업 감사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여서 노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공기업·공공기관의 업무 영역은 넓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그만큼 감사 역할은 더 중요해지는 추세다. 정부 관계자는 "감사 자리에 전문성 없는 인사를 배치하면 비리를 근절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이전처럼 군 출신이나 정치권에 연줄이 있는 인사들을 챙겨주기 위한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