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값 하락세 가속·비수도권도 침체로 전환”
-“중대형 하락세 계속되고 소형은 상대적으로 개선”
-“전세시장 강세 지속‥서민들의 주거부담 가중”
내년에 수도권 지역에서 주택시장 수급여건 악화 지속으로 집값 하락세가 가속화되는 등 부채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왔다. 또 올해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비수도권도 침체로 돌아서고 중대형의 하락세도 계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소형은 상대적으로 나을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6일 '2013년 주택시장 전망의 4가지 특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한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도권, 중대형 주택 위주의 침체가 심화될 것이라며 주택시장의 수급여건이 수요 위축 속에 공급 증가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주택구입 지연, 소형주택 매매가격 상승 등으로 전세시장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주거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① 수도권, 초과공급 속에 하락세 악순환‥'부채디플레이션 가능성 높다'
연구원은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경우 초과 공급 속에 집값 하락세가 악순환되는 부채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올해 3월 기준으로 은행 주택담보대출 307조원 중 76.3%가 내년부터 원금상환부담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됐다.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거의 늘지 않으면서 올해 2분기 현재 414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비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가계대출에서 수도권 비중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또 채무상환, 담보자산 매각 등 가계의 디레버리징(부채상환) 현상은 추가적인 주택가격 하락요인이 될 것으로 꼽았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의 최고점에서 올해 10월까지 7% 이상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대형을 중심으로 확대됐으며 미분양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준공 후 미분양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지방 5대 광역시 미분양 주택은 2008년 1월 4만1667호에서 올해 10월 1만7179호로 큰 폭으로 줄었으나 수도권은 2만1728호에서 3만2448호로 오히려 늘어났다. 주택 경기 악화로 일시적 2주택자의 미처분 주택 물량도 늘어났고 잠재 매도물량도 산적해 있다는 게 연구원의 판단이다.
② 비수도권도 중대형 위주로 침체 반전될 듯
연구원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였던 비수도권 주택시장도 중대형을 위주로 침체국면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이후 비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자산시장에서 '거래가 가격을 선행'하는 특징을 고려하면 향후 주택가격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들어 11월까지 6대 광역시의 아파트 매매지수가 소형의 경우 2.8%, 중형 1.7% 상승했지만 대형의 경우 0.8% 하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형 위주로 빠르게 축소됐던 비수도권 지역의 미분양 주택도 올해 하반기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으며 지방 5대 광역시를 제외한 기타 지방에서는 준공 후 미분양도 증가세로 바뀌었다. 또 올해 비수도권 건설실적 증가로 전년에 이어 50만가구 이상의 건설이 예상되며 이는 향후 2년간 공급 증가로 나타날 전망이다.
③ 규모별 차별화 현상 심화
이런 가운데 소형 주택시장은 초과수요, 중대형 주택시장은 초과공급 현상이 지속되면서 규모별 가격 차별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됐다. 2011년 이후 소형 주택건설은 2년간 약 20만호 증가하는 반면 1~3인 소형 가구 수는 매년 약 40만 가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형 가구는 2011년 이후 매년 약 25만호가 증가하지만 4인 이상 중대형 가구는 오히려 매년 13만 가구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빠른 고령화, 청년층 취업과 주거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소형가구는 급증하고 중대형가구가 감소하는 현상은 통계청 추계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비수도권 관계없이 최근 2년간 소형주택 건설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형 가구 급증으로 초과 공급 현상이 지속되면서 소형 주택시장은 가격 상승 또는 현상 유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중대형주택은 금융위기 이후 꾸준한 중대형 주택 건설 증가로 인해 초과 공급현상이 심화되면서 가격하락 압력이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④ 전세시장 여전히 강세 유지
매매시장 불안정, 부동산 불패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주택구입이 지연되는 대신 전세수요가 크게 증가해 전세시장의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2009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약 14%포인트 상승해 55%를 넘었으나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전세값 상승→집값 상승’이라는 전통적인 주택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비수도권의 경우도 그동안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 상승을 유도했으나 최근 중대형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매매수요를 대체한 전세수요 증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중대형 주택보다 소형주택의 매매가격 상승으로 인해 이를 대신할 전세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주거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됐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개선함으로써 백화점 세일과 같이 세일기간을 정해 시장에서 충분히 조정된 가격에 미분양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원리금 상환기간을 20년 이상 장기화, 건전 가계에 적정한 유동성 공급 등으로 가계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