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증시를 이끌었던 ‘전차(전자와 자동차)’의 시대가 가고, ‘전자’만 내년에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전차의 한 축이었던 자동차 업종이 미국 정부의 고용 진작책과 환율 등 대형 악재와 맞물려 힘겨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일단 미국의 고질적인 실업률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실업률은 현재 7.7%(11월 기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고용을 가장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에서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실업률이 6.5%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한다는 정책을 내놓은 배경도 그만큼 미국 정부가 실업 문제를 중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봤다.

김영근 KTB투자증권 투자분석팀 이사는 “미국이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실업률을 개선해야 하는데, 충분한 고용이 나올 수 있는 곳이 바로 자동차 산업”이라며 “최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자국 자동차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촤근 발생한 현대·기아차의 연비 과장 논란을 그 사례로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 대형증권사 PB(프라이빗뱅킹) 고위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현대·기아차 사태를 보면, 지난 2009~2010년 대량 리콜 사태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일본 도요타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며 “현대·기아차가 그만큼 현지에서 영향력이 커졌단 것이고, 그만큼 미국에서 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도 걸림돌이다. 특히, 국내 자동차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이 엔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발판으로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환율이 1050원까지 하락(원화 강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면서 “이보다도 진짜 문제는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인데,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정권을 잡으면 엔화 약세를 유도할 것이 확실시되는데다, 엔화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국가) 리스크 완화되면서 더는 안전자산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것도 엔화 약세를 부채질할 것”으로 봤다. 현재 미국 금융계에서는 엔화가 90엔대로 오를 것(엔화 약세)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들의 약진이 이어지면서 내수시장마저 위협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1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23.7% 증가한 12만195대를 기록해 점유율이 8.6% 늘어났다. 김영근 이사는 “기존에 ‘수입차=고가’ 공식이 사라지고 있다”며 “‘아반떼’(준중형차)급도 국내 시장에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수시장에서 상당 부분 판매량을 의존하는 국내업체들에는 위기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