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게임하기의 인기가 연말까지 계속되고 있다. ‘애니팡’과 ‘아이러브커피’, ‘캔디팡’에 이어 ‘모두의게임’까지 릴레이 하듯이 많은 사랑을 받는 게임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게임 서비스의 인기 덕분에 카카오톡도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용자 수가 6600만명에 이르고, 최근에는 설립 5년 만에 월 매출이 첫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독주를 다른 모바일 플랫폼들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SK플래닛의 T스토어가 카카오톡과는 다른 생태계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진영을 구축하고 있다.
◆ 개방이냐 폐쇄냐…T스토어와 카카오톡의 대결
T스토어는 2009년 9월 국내 최초의 모바일 콘텐츠 오픈마켓으로 출범한 서비스다. 현재 가입자가 1750만명에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등 콘텐츠만 35만여개에 이른다. 누적 거래액과 다운로드 수는 각각 2000억원, 10억건으로 규모 면에서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을 자랑한다.
T스토어의 게임 플랫폼 전략은 카카오톡과 정반대다. 이른바 ‘개방형’과 ‘폐쇄형’의 싸움이다. 카카오톡은 게임하기에 소수의 게임만을 들여놓고 있다. 카카오가 직접 기준을 정하고 그때그때 입점할 게임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T스토어는 개방형 플랫폼이기 때문에 웬만한 게임 개발사는 모두 자신의 게임을 올릴 수 있다. 박정민 SK플래닛 T스토어사업부장은 지난달 부산 지스타에서 기자와 만나 이 차이 덕분에 T스토어가 카카오톡을 제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카오톡은 게임업체들을 줄 세워서 일부 게임만을 받고 있다. 하지만 T스토어는 개방형 플랫폼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없다. 이미 수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T스토어의 게임 생태계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업부장은 애플과 구글의 비유도 들었다. 폐쇄형 모바일 생태계를 택한 애플의 iOS가 스마트폰 초기에는 인기를 얻었지만 갈수록 점유율이 줄고 있고, 반면 개방형 생태계를 택한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계속해서 점유율을 늘려나간 것처럼 카카오톡 게임하기와 T스토어도 같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봤다.
SK플래닛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T스토어의 게임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일본 도쿄게임쇼에 이어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에도 참가했다. 지스타에는 80부스 규모로 참가해 다른 대형 게임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해 5월부터는 우수 모바일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게임 퍼블리싱 사업에도 나섰다. T스토어의 게임 콘텐츠 생태계를 더욱 풍부하게 하기 위한 계획이다. 박 사업부장은 “T스토어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확장시키고, 국내 게임 개발사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지스타에 참가한 것”이라며 “T스토어가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게임 장터 및 퍼블리셔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게임하기가 폐쇄형 플랫폼이라는 지적에 정면 돌파하고 있다. 이제범 카카오 공동대표는 카카오톡 게임하기가 개방형 플랫폼이었다면 드래곤플라이트가 지금처럼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폐쇄형 플랫폼의 강점을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게임을 잘 만들어도 소셜 기능을 살리려면 초기 이용자가 어느 정도 확보돼야 한다”며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완전히 개방하면 많은 게임이 몰려들어와 드래곤플라이트 같은 게임도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공동대표는 적절한 다운로드를 유도할 수 있는 적당한 게임의 수를 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 포털업계도 모바일 게임 플랫폼
다음은 모바일 게임 플랫폼 ‘모바게’를 통해 모바일 게임 산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출시 첫해인 올해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고 있지 않지만, 꾸준히 이용자가 늘고 있어 내년에는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NHN 라인이나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마이피플을 연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남재관 다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모바일 게임은 현재 임계치에 한참 못 미치지만 최근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늘고 있다”며 “내년 정도에는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으로 성장해 매출 부분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털업체의 모바일 게임 플랫폼 진출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뒤늦게 게임 시장에 뛰어들어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다보니 게임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NHN이 자체 개발한 게임인 ‘라인팝’이 사실상 애니팡과 거의 흡사하다는 점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NHN 같은 대기업이 중소 게임개발사가 만드는 게임과 비슷한 게임을 직접 만드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막는 것”이라며 “게임 플랫폼 사업자라는 위치를 분명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