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허진수 부회장이 앞으로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진두지휘한다. 허동수 회장은 GS칼텍스와 GS에너지의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경영 전반과 최종 의사 결정을 한쪽씩 맡는 사실상 쌍두마차 체제다.
GS그룹은 4일 GS칼텍스 영업본부장인 허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등 37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GS그룹 인사의 특징은 '조직 안정 속에 성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른 그룹들이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세대교체, 조직 변혁에 나서는 상황에서 GS는 안정을 택했다는 평이다. GS그룹은 "조직 안정에 역점을 두고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불황에 미리 대응해 나가기 위해 관리 부문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준비된 CEO, 재무분야 소방수 투입
GS칼텍스 신임 대표이사에 오른 허진수(59) 부회장은 '준비된 최고경영자(CEO)'로 볼 수 있다. 1986년 GS칼텍스에 입사한 이래 26년간 정유영업본부장·생산본부장·석유화학본부장·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쳤다. 회사 내에서 그만큼 생산·영업·재무 등 전 분야를 꿰뚫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허 부회장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경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소탈한 성격으로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즐긴다. 가끔 저녁 자리에서 직원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인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친동생이고, 허동수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GS칼텍스·에너지 이사회 의장으로 이동한 허동수 회장은 회사의 장기 발전을 위한 중장기 성장 전략에 주력할 예정이다. GS는 "조직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의장과 CEO의 역할을 처음으로 분리했다"고 밝혔다.
GS건설은 사장급 재무 전문가인 임병용(50) ㈜GS 사장을 새로운 경영지원총괄(CFO) 임원으로 맞았다. 재계 관계자는 "GS건설이 건설 경기 불황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어서 좀 더 강력하고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는 소방수를 투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CFO의 지위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올렸다.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출신의 임 사장은 LG구조조정본부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향후 구조조정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0대 상무 등 발탁 인사도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발탁 인사도 단행됐다. ㈜GS 김기환(38) 상무, GS홈쇼핑 김준식(42) 상무가 대표적이다. 최연소 임원 진급자인 김기환 상무는 컨설팅 회사인 모니터그룹에서 8년간 일했으며 M&A (인수·합병) 분야에 정통하다. 2009년 ㈜GS 부장으로 입사한 뒤 ㈜쌍용(현 GS글로벌)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GS에서는 홍순기 재무팀장이 부사장으로, 인사·홍보 담당인 여은주 상무는 전무로 각각 승진했다.
오너 3~4세 일가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승진 등 인사 대상 37명 중 6명이 오너 일가다.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GS건설 허윤홍 상무보를 상무로, 사촌 동생인 허연수 GS리테일 부사장은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했다. 역시 사촌인 허용수 GS에너지 전무는 부사장으로, 5촌 조카인 허준홍 GS칼텍스 부문장은 상무로 뛰어올랐다. 허동수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GS그룹은 다른 그룹과 달리 총수 일가의 경영 참여가 활발하다. 오너 일가가 회장, 부회장직뿐 아니라 법적으로 책임지는 대표이사를 맡는 책임 경영 문화가 정착해 있다. 그룹 관계자는 "오너 일가에 대한 임원 인사가 올해 특별히 이뤄진 게 아니라 승진 연한 등에 따른 순차적 인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