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들이 판매하는 연료 특성을 반영하면 현재보다 자동차 연비가 평균 3~4%는 떨어진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유사들이 세계적으로도 깐깐한 국내 환경 규제에 맞추려고 연료 내 탄소 함량을 줄이고 밀도를 낮췄는데, 연비 계산 방법은 17년 전 미국 기준에 맞춰져 있어서 발생한 괴리다.
연비는 단순히 기름을 넣고 달릴 수 있는 거리를 재는 방식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차의 배기가스를 포집해 탄소량을 잰 뒤 이 데이터를 다시 복잡한 '연료소비율 산출식'에 대입해 최종 도출된다. 이때 식에 포함되는 연료 성질 계수가 잘못돼 있었던 것이다. 연비를 측정·관리하는 국토해양부와 지식경제부는 이 같은 연료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연비 계산식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토해양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지난 2년간 국내 정유 4사(社)의 휘발유·경유·LPG (액화석유가스) 등의 시료 250가지를 분석한 결과 연료의 화학 조성이 정부의 현재 연료 소비율 계산식에 반영된 기준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료들 속의 탄소 함량이 95년 미국 측정치 기준보다 낮다는 것이다. 종전에 알고 있던 국내 휘발유 화학 조성은 탄소 1개당 수소가 1.85개, 연료 1L당 탄소 함량이 640g이었지만, 이번에 새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탄소 1개당 수소 2.06개, 1L당 탄소 함량도 613g으로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은 연비를 측정할 때마다 새로 연비 특성을 적용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그렇지 못했다"면서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엄격하기 때문에 국내 정유사들이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 탄소를 적게 포함되게 정제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결과를 반영하면 연비가 11.7㎞/L인 NF쏘나타의 연비는 11.2㎞/L로 4.4% 떨어지고, 같은 모델 경유 차량 연비도 13.3에서 12.85로 3.5% 각각 낮아진다.
정부는 이런 결과를 반영해 연비 계산식이 명시된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과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제17조'의 세부 규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비가 일괄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