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日콘서트 비용 예상보다 백억 더 들어…어닝쇼크로 기관은 ‘분노의 투매’
-“에스엠이 속였다” vs “애널들이 비용구조 이해 못해”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의 어닝 쇼크(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것) 여파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에스엠은 14일과 15일, 그리고 16일 사흘 동안 하한가까지 급락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역시나 딴따라(연예인을 비하하는 표현)는 믿을 수 없다”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하고 있다.
어닝 쇼크의 일차적 원인은 소통의 부재다. 기관 투자자들은 에스엠이 애널리스트들의 잘못된 예측을 방조했다고 지적한다. 실제 영업이익(117억원)이 증권사들 예상치 평균(204억원)을 크게 밑돌았으면 어느 정도 미리 안내를 해줬어야 한다는 얘기다. 기관은 엔터주에 대한 신뢰도 하락, 어닝 쇼크 등을 사유로 연일 에스엠을 매도하고 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들은 애널리스트들이 콘서트 수익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실적을 예상했다고 반박한다. 에스엠의 잘못도 있지만, 애널리스트들이 너무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낙관적이었단 얘기다.
이번 어닝 쇼크의 가장 큰 이유는 동방신기, 슈퍼쥬니어 일본 돔 공연의 비용 급증이었다. 동방신기는 상반기 공연(55만명 동원), 슈퍼주니어는 지난해말 공연(8만명 동원) 수익이 이번 분기에 반영됐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콘서트 원가율(매출 중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70%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90%를 넘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은 예상보다 100억원 가까이 더 들었다.
한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원래 콘서트는 돈이 안된다”면서 “애널리스트들이 원가율을 70%라고 잡았다면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대충 예측한 수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콘서트는 보통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팬 서비스 차원에서 진행된다”며 “한국의 엔터테이너들이 공연을 별로 하지 않고 TV출연만 하는 것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 콘서트도 원가율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엔터테인먼트업체 임원을 지낸 A씨는 “원가율 70% 수준이라면 우리나라에서 김연아(아이스쇼) 정도만이 그 수치에 도달할 수 있다”며 “아무리 일본이 막대한 시장이라고 해도 원가율 70%는 너무 낮게 잡았다”고 말했다. A씨는 또 “만약 에스엠이 콘서트 원가율 70%를 기록한 적이 있더라도 김연아 경우를 따져보면 그것은 일시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에 따르면 김연아의 아이스쇼 수익률은 외국업체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다. 이는 크게 4가지 이유 때문이다. 일단 표값이 비싼 편이고, 김연아 외에 다른 피겨 선수들은 몸값이 저렴하다. 또 방송사에 공연 콘텐츠를 팔 수 있고, 아이스쇼가 방송되다보니 아이스링크에 광고가 많이 붙는다. 김연아 아이스쇼의 수익률은 30%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콘서트 수익성을 잘못 파악한 실수를 인정한다”면서도 “에스엠에 대한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배신감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엔터주에 대한 신뢰 상실이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