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라고 하면 아이들이나 하는 것으로 치부하기 일쑤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게임 때문에 온종일 컴퓨터만 붙잡고 있다"면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산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게임은 무시할 수 없는 거대 콘텐츠 산업이다. 올 6월 국내 게임업계의 '투톱' NXC의 김정주 대표와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의 8000억대 지분 매각이 화제가 됐지만, 국내 게임산업 규모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 10조원대에 육박한다. 매년 2조원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핵심 수출산업이기도 하다. 차세대 '한류(韓流)'의 주역은 게임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0조원' 만만찮은 게임산업
국내 게임시장은 2009년부터 두자릿수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예상규모는 10조5333억원. 2010년 7조원대에 진입한 지 2년 만에 10조원을 넘어섰다. 2014년에는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65조원에 달하는 국내 콘텐츠 산업에서 출판(21조원)에 이어 둘째로 큰 시장이다. 영화시장(3조4500억원)의 3배에 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영수 선임연구원은 "한국 드라마와 K팝에 이어 한류를 이어갈 핵심 콘텐츠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게임문화가 본격적으로 생겨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리니지와 포트리스2·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들이 인기를 끌면서 게임업체들이 급속히 늘어났다. 게임을 업(業)으로 하는 프로게이머와 대규모 상금을 건 게임리그도 생겨났다. 현재 국내의 게임제작 및 배급업체는 총 1017곳. 이 중 NHN·엔씨소프트·네오위즈게임즈·CJ E&M·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등 20개사가 증시에 상장돼 있다. 게임 관련 종사자 수만 9만5000명이 넘는 거대 산업이다.
◇국가 경계 없는 해외형 산업
게임산업은 해외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작년 게임 수출 실적은 전년보다 48% 증가한 23억8000만달러(2조6300억원). 수입액은 2억4200만달러로 수출액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좁은 내수시장을 넘어 철저히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때문이다.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은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둔다. 지난해 말엔 아예 일본 증시에 상장했다. 넥슨의 모기업인 NXC의 김정주 대표는 "일본에 회사를 팔아먹었다는 얘기도 듣지만 해외 상장은 글로벌화로 가기 위한 첫 단계"라면서 "고객이 많은 시장으로 직접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가깝게 지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업체들은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온라인게임 인구만 3억명이 넘는 중국 시장이 주 타깃이다. 넥슨은 레이싱게임인 '카트라이더'를 중국에 내놓을 때, 베이징의 자금성과 상하이의 동방명주를 게임 배경에 집어넣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중국은 전반적으로 PC사양이 높지 않기 때문에, 낮은 사양에서도 게임이 돌아갈 수 있도록 조정하기도 한다. 엔씨소프트 윤진원 팀장은 "각 국가별 문화와 취향에 맞게 철저히 현지화 작업을 진행해서 현지인이 공감하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국내 게임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세계 6위 수준인 5.9%다. 미국과 일본이 전체 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중국·영국·프랑스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성장 위해선 '다변화 정책' 절실
지난 10년간 국내 게임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수출 국가와 장르가 지나치게 편중화돼 있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매출도 소수 게임에서만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글로벌 트렌드가 바뀌어도 버텨낼 수 있는 든든한 '기초체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게임은 하나의 트렌드이고 유행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언제든 빠르게 변할 수 있다"면서 "플랫폼의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 맞춰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콘솔을 넘나드는 게임을 만들고, 수출 시장도 다변화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